봉합 수순으로 가는 듯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대선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갈등이 다시 폭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탄핵’ 발언과 당 경선준비위원회 월권 논란 등 양측의 신경전이 당 안팎의 질타에 일단락되는 듯하다가 윤 전 총장 측의 비상대책위원회 추진설, 이 대표 사퇴 발언이 돌출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20일부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을 아끼는 등 공개 대응을 자제했던 이 대표도 다시 윤 전 총장에 대한 공세로 돌아섰다.
李 “운전대 뽑아가고 의자 부숴”
이 대표는 21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당 대선 경선을 둘러싼 내홍에 대해 “경선버스를 8월 말에 출발시키려 세워놓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갑자기 운전대를 뽑아가고, 페인트로 낙서에 의자까지 부수는 상황”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당 경준위가 개최하려던 토론회가 윤 전 총장 등의 반발로 비전발표회로 바뀐 데 대해서는 “경선버스에 앉아 있었더니 별 이야기가 다 들린다. ‘불공정 경선’ 프레임을 만들려고 경준위가 만든 안을 제가 만들었다고 뒤집어씌우더라“고 했다. 또 “유승민계 논란을 의식해 친박(친박근혜) 색채가 강한 서병수 위원장을 모신 건데 거기에도 불공정 프레임을 씌우면 도대체 어떤 분을 모셔야 하느냐. 김무성계를 뽑아야하느냐”고도 했다. 당내에선 유승민 전 의원 비서를 지낸 이 대표를 유승민계로 거론하고 있다.
‘저거 곧 정리’ 발언 논란을 기점으로 공개석상에서 말을 아끼던 이 대표가 다시 공세에 나서자 당내에선 “윤석열 캠프에서 이 대표를 몰아내고 비대위 카드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가 나왔다. 윤석열계가 당내 최대 계파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와중에 비대위 추진 보도까지 나오면서 이 대표가 발끈했다는 것.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교감 빈도를 늘리고 여러 논의를 하고 나선 상황이니 이 대표가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 측은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이 “특정 후보를 겨냥한 발언은 아니다”라며 “강성 지지층이나 유튜브를 중심으로 이 대표 사퇴나 탄핵 여론이 자꾸 나오니 이 대표가 한마디 한 것 같다”고 했다.
尹 측 인사 “이준석 사퇴” 공개 거론 후 삭제
윤석열 캠프는 비대위 추진설은 “황당무계한 허위보도”라며 “가짜뉴스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며 즉각 진화에 나선 상황이다. 윤 전 총장도 22일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를 하면전당대회를 통해 임기가 보장된 대표를 끌어내린다는 의미인데,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했다. 이와 동시에 윤석열 캠프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21일 라디오 발언에 대해 “당 대표가 대선주자들을 훌리건처럼 묘사했다”, “확인되지도 않은 비대위 설을 이 대표 측이 더 부각시켜 의도적으로 논란을 키운다”는 불만도 나왔다.
그러다 이날 민영삼 국민통합특보가 올린 글이 이 대표와 신경전에 기름을 끼얹었다. 그는 페이스북에 “정권교체 대업 완수를 위해 이 대표는 사퇴 후 유승민 캠프로 가서 본인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말 다 하거나, 대표직을 유지하며 대선 때까지 묵언수행 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썼다다. 윤석열 캠프 인사가 ‘이 대표 사퇴’를 공개 거론한 건 처음이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민 특보는 글을 삭제한 뒤 “캠프와 전혀 관계없는 개인적인 판단이자 단상”이라고 해명했지만 얼마 뒤 특보직에서도 물러났다.
논란은 당내 대선주자들의 공방으로 확산됐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 대표도 좀 자중하시고 말을 좀 아끼라”면서도 “지금 이 대표 체제가 무너지면 대선은 보나마나 필패다. 당 대표와 당 지도부 흔들기를 그만하라”며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 하태경 의원은 비대위 추진설에 대해 “가짜뉴스이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윤석열 캠프는 검토에 그치지 말고 꼭 법적대응 하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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