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예고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23일 “청와대가 전혀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유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초지일관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 기둥이고,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한 언론 자유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는 야당의 질의에는 답변을 피했다. 야당 의원들은 “사실상 암묵적 동의”라며 거세게 비판했지만 유 실장은 “해석은 자유로이 하시라”고만 했다. 집권여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야당과 언론계, 시민단체의 반발도 무릅쓰고 법안 처리 강행에 나선 가운데 청와대도 “대통령이 답하라”는 요구에 아예 귀를 막아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 모르쇠로 일관한 靑
올해 2월 이후 약 6개월 만에 열린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업무보고에는 유 실장을 비롯해 이호승 대통령정책실장,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3실장과 최윤호 대통령경호처 차장 등이 참석했다.
유 실장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입장을 따져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입법권은 국회에 있다”며 “국회에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계속 좀 협의를 잘해 달라”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했다. 그는 또 “원론적인 답변일 수 있지만 헌법 21조, 신문법 3조에도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두텁게 보장하면서도 언론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면 안 된다는 사회의 책임도 명시돼 있다”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닌 의견을 말해 달라”며 “청와대와 문 대통령의 침묵이 법안에 대한 ‘묵시적 동의’로 해석될 수 있다”고 따졌다. 내내 ‘모르쇠’로 일관하던 유 실장은 전 의원이 “언론중재법이 결국 정권 연장을 위한 마지막 퍼즐과 같은 법안”이라고 주장하자 “정권 연장을 위한 것이라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법안 시행은 (내년) 대선 이후로 알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해 달라고도 거듭 당부했다. 하지만 유 실장은 “거부권 행사에 대해선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없다”며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전혀 언급한 적이 없느냐”는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의 질의에도 “전혀 없었다. (언론중재법이) 아직 본회의도 통과하지 않았다”고 했다. 유 실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언론중재법 옹호 발언 및 관련 질의에 대해서도 “현 단계에서 청와대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거듭 말을 아꼈다.
○ 기모란 출석 두고 여야 공방
여야는 이날 회의 시작 직후부터 기모란 대통령방역기획관의 출석을 두고도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이 확산되는 가운데 방역 및 백신의 핵심 실무책임자인 기 기획관이 과거 “화이자, 모더나 백신 구매를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발언했던 점을 문제 삼으며 운영위 출석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유 실장은 “한 사람의 전문가로서 청와대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과거 발언으로 인해 상당히 오해가 있다. 조금 양해해 달라”고 감쌌다.
이날 청와대 고위 인사들은 최근 이어진 부동산 매매 및 전세가격 폭등 대책에 대해선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해 야당의 질타를 받았다. 유 실장은 “저도 결혼한 아들이 아직 집이 없다”고 했고, 이호승 실장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 실장은 최근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실수요자마저 대출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엔 각 은행의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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