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민주당 이어 의원 전수조사 국민의힘, 오늘 징계방안 논의 김의겸, 업무상 비밀 이용 의혹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가 23일 국민의힘과 비교섭단체 5당(정의당·국민의당·열린민주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 전원에 대한 부동산 거래 조사 결과 본인 및 가족이 부당거래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현역 의원 13명의 사례를 적발해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송부했다.
권익위는 이날 부당거래 의혹이 있는 국민의힘 의원 12명, 열린민주당 의원 1명의 명단을 소속 정당에 전달했다. 국민의힘과 열린민주당은 해당 의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조사 결과에 반박하는 입장문을 내며 스스로 의혹 대상자임을 공개했다.
권익위는 올해 6월 국민의힘과 비교섭단체 5곳의 의뢰로 의원 116명(국민의힘 102명, 비교섭단체 5당 14명)과 그 직계존비속 등 507명(국민의힘 437명, 비교섭단체 5당 70명)의 7년간 부동산 거래 내역을 조사했다. 권익위는 “조사 결과 법령 위반 소지가 있는 국민의힘 의원은 12명”이라며 “건수로는 본인 8건, 배우자 1건, 부모 2건, 자녀 2건으로 총 13건”이라고 밝혔다. 유형별로는 농지법 위반 의혹 6건, 토지보상법·건축법·공공주택특별법 등 위반 의혹 4건, 편법증여 등 세금탈루 의혹 2건,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 1건이다. 김 의원은 본인에 대해 업무상 비밀 이용 의혹이 제기됐다.
권익위 발표 뒤 국민의힘 지도부는 2시간 반가량 긴급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징계 수위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논의는 전혀 되지 않았다”며 “현재 명단을 공개할 계획도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24일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징계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논란이 불거진 뒤 권익위에 조사를 의뢰해 6월 12명의 의원에게서 16건의 의심 사례가 적발됐다.
“與보다 강한 조치” 강조한 野, 투기 의혹 12명 명단은 공개안해
“더불어민주당의 기준보다 엄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6월 민주당이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 투기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의원 12명에 대해 탈당을 권유하자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투기 의혹이 드러난 의원들에 대해 더 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도 23일 권익위의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 민주당과 같은 숫자인 12명이 땅 투기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나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밤까지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으나 이 대표는 징계 수위에 대해서조차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며 의혹이 제기된 의원의 실명을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이 권익위 발표 뒤 바로 의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자 “명단 비공개는 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긴급회의 뒤 “24일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를 개최해 사안을 검토하고, 처분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며 “향후 (처분의) 방향성 문제는 24일 중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 국회의원 7명, 가족 5명 합수본 송부
권익위 김태응 부동산거래특별조사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법령 위반 소지가 있는 사례는 12명으로, 중복 1건을 포함해 의심 사례는 총 13건으로 확인됐다”며 “모두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로 송부했다”고 밝혔다. 유형별로는 13건 중 “부동산 호재가 있는 지역의 농지를 매입해 불법 임대차를 하거나 농지를 불법 전용한 농지법 위반 의혹이 6건”이라고 권익위는 설명했다. 또 “실제로 자녀에게 증여를 해놓고 매매를 한 것처럼 형식을 갖춘 편법증여 등 세금탈루 의혹이 2건, 친족 명의를 빌려 토지와 건물을 매입한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이 1건”이라고 했다. 토지보상법과 건축법, 공공주택특별법 등 위반 의혹은 4건이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의 대상 지역이었던 3기 신도시 관련 의혹은 없었다.
○ 국민의힘 일부 의원 제명 고심
이 대표는 발표 전날인 22일 페이스북에 “제가 공언했던 입장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연루 의혹 의원 전원에게 탈당 권유를 했던 민주당보다 강도 높은 조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재차 강조한 것. 하지만 정작 결과가 나오자 국민의힘은 대응책을 두고 고심에 빠진 모양새다.
이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가 이날 밤까지 연 긴급회의에서 원외인 이 대표는 출당 등 엄정한 대응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의원들의 소명 절차가 우선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국민의힘 104명의 의원 중 12명을 출당시킬 경우 의석수가 92석으로 줄어 개헌저지선(101석)이 무너진다는 현실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2시간 반가량 이어진 회의에서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았고, 결국 24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징계 수위와 명단 공개 여부를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적발된 의원들을 대상으로 소명 절차를 거친 뒤 혐의가 비교적 분명한 일부 의원은 출당 및 제명 조치까지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의원들의 반발 등을 고려해 명단 공개는 당분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 홍준표 “대선 후보도 조사 받아야”
권익위 발표의 후폭풍은 대선 후보 캠프로도 번졌다. 이날 당 안팎에서는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의원 12명의 명단이 나돌았다. 여기에 국민의힘 대선 주자 캠프 소속 핵심 의원까지 포함된 것으로 거론되자 국민의힘 각 캠프들은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관계자는 “투기 의심자에 대한 당의 조치에 따라 캠프에서도 별도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의원들이 다 받았는데 대선 후보들이 검증을 안 받으면 안 된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대선 후보와 그의 가족이 부동산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대선 후보 부동산 검증을 찬성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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