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미러클’(miracle·기적). 그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기관과 함께 일하거나 관련 사업을 지원해준 현지인 조력자와 그 가족들을 국내로 이송하는 군 수송 작전의 공식 명칭이다.
25일 외교부·국방부 등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당초 이들 조력자들의 국내 이송 계획을 세우면서 민항기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었지만, 지난 15일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수도 카불 장악 이후 아프간 내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공군 수송기를 투입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군 당국은 지난 23일 오전 KC-330 ‘시그너스’ 1대와 C-130J ‘허큘리스’ 2대 등 총 3대의 공군 수송기를 아프간에 인접한 파키스탄으로 급파했다.
공군이 운용하는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인 KC-330은 여객기(에어버스 A330)를 개조해 만든 것이어서 300여명이 탑승할 수 있다. 지난달 해외파병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발병으로 조기 귀국한 청해부대 제34진 장병들도 KC-330 수송기 2대에 나눠 타고 돌아왔다.
또 C-130J은 공군의 전술 수송기로서 탑승인원은 대당 120여명 정도다. C-130J엔 승객용 좌석은 없지만, 적의 미사일 공격을 회피하는 데 필요한 채프·플레어 등의 장비가 탑재돼 있다. 아프간 영공 진입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것이다,
이외에도 이들 수송기엔 수송기 운용 요원과 의료 지원 요원, 그리고 우발적 상황 발생시 대응을 위한 병력 일부를 포함해 60~70명가량이 탑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24일 오후 수송기들이 차례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뒤엔 KC-330는 ‘안전지대’에 대기시킨 채 C-130J 수송기 2대만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으로 번갈아 보내 현지에 집결한 조력자들을 이슬라마바드로 우선 이송했다. 이슬라마바드에서 카불까지의 비행시간은 1시간 정도다
이와 관련 국방부 당국자는 “아프간 영공 진입과정에서 회피기동이나 전술기동은 없었다”며 “카불 공항이 그 정도로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카불 공항에서 1차로 우리 군 수송기에 탑승한 현지인 조력자는 26명이었다. 우리 군 수송기는 이들을 시작으로 5세 이하 어린이 100여명을 포함해 아프간 현지인 조력자와 가족 총 391명을 이슬라마바드로 ‘탈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당초 정부는 427명의 현지인 조력자 및 가족을 국내로 이송하는 계획을 세웠었지만, 이 가운데 36명은 군 수송기 탑승에 앞서 마음을 바꿔 현지에 잔류하기로 했다고 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들 잔류 인원 중에서도 다시 ‘한국행’을 원하는 사람이 나올 경우엔 별도의 지원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프간 조력자들을 태운 군 수송기는 우리 시간으로 25일 오후 늦게 이슬라마바드를 출발한다.
군 당국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 우리나라까지 비행거리는 약 9000㎞다. C-130J의 경우 중간에 급유가 필요하기 때문에 17시간 정도의 비행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KC-330은 급유가 필요 없어 이륙 후 11시간 정도 뒤면 우리나라에 도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아프간 조력자들은 이르면 26일 오전, 늦어도 오후엔 인천국제공항에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군 당국은 아프간 현지인 조력자 391명 전원을 KC-330 수송기 1대에 태워 우리나라로 이송하는 계획을 세웠었지만, 조력자들이 피란 과정에서 챙긴 짐이 적지 않아 KC-330엔 여성과 영유아를 위주로 태우고, C-130J 수송기 1대엔 성인 남성들을 태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C-130J엔 매트리스 등의 물품도 준비해뒀다고 한다.
국방부 당국자는 “왕복 2만㎞에 이르는 작전은 전례가 없는 것”이라며 “그 성공을 기원하고, 사선을 넘은 아프간인들에게 ‘희망’과 ‘기적’이 생겼으면 하는 의미에서 작전명을 ‘미러클’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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