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이모 중사 성추행 사망사건 이후 6월 출범한 민관군 합동위원회 소속 위원 6명이 “국방부는 개혁 주체가 될 의지가 없다”면서 25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만들어진 병영문화 개선기구가 출범 두 달도 안돼 위원들의 ‘연쇄 이탈’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위원 6명은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낡은 제도를 바로잡고자 각계각층의 민간인 전문가들이 두 달간 매주 모여 각자 영역에서 다양한 대안을 만들고 이를 국방부에 제시했다”면서 “이제 기대를 접는다. 군은 구태의연한 모습만 반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사퇴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평시 군사법원 폐지’가 포함되지 않은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통과된 게 결정적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다. 합동위에서 군사법제도 개선분야를 맡고 있는 4분과위원회가 18일 평시 군사법원 폐지안을 통과시켰고 이를 25일 전체회의에서 논의할 계획이었는데 이미 개정안이 통과돼 본회의 처리만 남게 되자 합동위 의견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는 것이다.
위원 6명도 “국방부는 명시적으로 ‘평시 군사법원 폐지 반대’가 국방부의 의견임을 밝히고 있다”며 “위원회에서 진행된 논의 과정과 정면 배치되는 행보로 군사법체계 개혁에 제동을 거는 국방부의 모습을 보며 위원회의 존재 의미를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6명이 추가 사퇴하면서 출범 후 지금까지 사퇴 의사를 표명한 위원은 14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2명은 출범 초기 개인사정으로 그만뒀지만 대부분의 사퇴 위원들은 합동위의 운영방식 등에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들의 잇단 사퇴에 서욱 국방부 장관은 25일 합동위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몇 분의 위원들이 사퇴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위원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지원하고 고견을 청취해 국민과 장병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군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했다. 또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입법된 이후에도 시행령, 훈령 등 해야 할 일이 산재해있다”면서 “군사법원법이 개정되더라도 그 개혁은 아마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합동위 전체회의에선 앞서 4분과위원회에서 통과된 평시 군사법원 폐지안을 국방부에 권고할지를 논의했지만 전체 위원 76명 중 표결에 37명이 참여해 정족수(절반 이상) 미달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표결에서 군사법원 폐지안에 찬성한 위원은 18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과 서 장관을 공동위원장으로 출범한 위원회는 △장병 인권 보호 및 조직문화 개선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 개선 △장병 생활여건 개선 △군 사법제도 개선 등 4개 분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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