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헌 제74조에 따라 11월 9일 선출된 대선 후보는 당무와 관련해 전권을 행사하게 된다.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 3월 9일까지 선거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사실상 대선 후보가 당 대표 지위를 겸하게 되는 셈이다.
최근 이준석 당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도 이 대표의 실질적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보수 정당인 제1야당의 권력이 이 대표에게 있지만 대선을 앞두고 힘의 무게추가 유력 대선 주자인 윤 전 총장에게 기울어지면서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6월 11일 전당대회에서 헌정 사상 원내 교섭단체 최초의 30대, 원외 인사로 당 대표에 오른 이 대표의 임기는 2년이지만 2개월여 뒤면 당헌 규정에 따라 대선 때까지 당을 대표하는 얼굴은 사실상 대통령 후보로 바뀌게 된다.
지난달 30일 당 밖 유력 대선 주자였던 윤 전 총장이 입당할 때만 해도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버스’가 순조롭게 출발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윤 전 총장 대선 캠프에서 나온 ‘당 대표 탄핵’ 가능성 발언과 ‘이준석 대표는 사퇴 후 유승민 캠프로 가라’ 등 돌출 발언과 캠프 관계자들을 인용한 ‘비상대책위원회 추진’ 언론 보도 등이 나오면서 윤 전 총장과 이 대표의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갑자기 버스 운전대를 뽑아갔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고, 윤 전 총장은 비대위 추진설과 관련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일단 이 대표는 당 안팎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자 23일 “모든 분란과 당내 다소간의 오해가 발생했던 지점에 대해서 국민과 당원께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사태를 수습하는 태도를 취했다. 윤 전 총장도 25일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먼저 당의 단합과 통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갈등이 대선 주자 간 갈등으로 전환되는 등 여진은 이어지는 모습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와 유승민 전 의원 등 다른 주자들이 이 대표를 흔들고 있다며 윤 전 총장을 비판한 것으로 당 내홍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는 분위기다.
정치권 안팎에선 당 대표로서 경선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이 대표와 유력 대선 주자로서 입지를 다지려는 윤 전 총장 측의 힘겨루기는 다음달 본격적으로 경선이 시작되면 다시 점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26일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킨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선관위원장으로 임명된 당 선관위는 후보 선출까지 경선을 관리하게 된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은 경선 선거관리위원회가 출범하는 날”이라며 “지금까지 갈등을 딛고 공정하고 흥행할 수 있는 그런 대통령 후보자 경선이 진행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관위가 이날 출범하면서 ‘역선택 방지 조항’ 등 경선 방식을 놓고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이달 30일과 31일 이틀간 경선 후보 등록을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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