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최종 대선주자가 되기 위한 예비후보들의 각축이 뜨거운 가운데, 첫 경선 지역인 대전·충남(31일 권리당원 투표 돌입) 표심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연일 자신들이 밀고 있는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각계각층의 공개 지지 선언도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인사들이 구설수에 휘말리는 등 크고 작은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모 예비후보 측의 지지 선언에 이른바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서 열변을 토했던 대전의 한 종교인이 대표자로 참여해 보는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했다.
2019년 10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하야 촉구 집회에서 현 정권을 강도 높게 질타하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던 종교인이 국정 운영에 깊이 관여한 민주당 정치인을 다음 대통령으로 최적임자라고 치켜세우며 지지 의사를 천명하는 아이러니한 장면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그가 보수야권 후보가 아닌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면서 카멜레온같은 변신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대전시의원 A씨는 해당 종교인에 대해 “이쪽 저쪽을 오가는 정치적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라며 “국민의힘 경선이 본격화되면 그쪽에도 깊숙이 관여할 것으로 본다”라고 꼬집었다.
일부 광역·기초의원들이 ‘보험을 드는’ 심정으로 소위 빅3로 불리는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대전 방문 시 눈도장을 찍으려 지지 여부와 무관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고, 자신이 확실히 줄을 서야 할 후보에 대해선 본인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직역(職域)의 지지 선언을 배후에서 적극 유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구의원인 B씨는 어떤 날은 기초의원 신분으로, 또 다른 날은 자신의 전문직 직함으로 각기 다른 지지 선언문에 이름을 올려 인원 수를 늘리는 데 한몫했다.
시의원인 C씨는 마음에도 없는 후보의 지지 선언 명단에 이름을 ‘빌려’줬다. 내년 6월 민선 8기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공천권을 좌우할 수 있는 지역위원장(현직 국회의원)이 미는 후보가 본인이 내심 지지하는 후보와 상이한데, 그간의 불협화음을 의식한 듯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역위원장을 따르는 모습을 보이며, 이른바 ‘쇼윈도 지지’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후보별로 특정집단의 지지 선언에 200~300명의 인원이 참여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체 명단이 공개되지 않으니 실제 지지하는 인원과 맞는지도 확인하기 어렵고, 모임의 대표자가 자신이 밀고 있는 후보 지지 선언에 회원 숫자를 포함시키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 보니 지지선언문에 기재된 참여 인원에는 중복 집계가 됐거나 실상과 다른 허수(虛數)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쟁적으로 인원 부풀리기가 시도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정치적 이념과 상관없이 일단 명단에 올리고 보자는 식으로 지지 선언자를 늘려 세 과시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시의원 D씨는 “최종 대선 후보가 누가 될지 아직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세 후보 측에서 도와달라고 하면 누가 됐든 크게 개의치 않고 돕고 있다”라며 “솔직히 이기는 사람이 우리 편 아니냐. 궁극적으론 원팀이 돼야 하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50대 자영업자 이모씨는 “선거 때는 물불 가리지 않고 한 표라도 끌어모으는 게 우선이라지만 지방의원들의 속 보이는 줄서기가 볼썽사납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민의 삶은 너무나 피폐해지고 있는데,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권력욕에만 사로잡혀 있는 정치꾼들의 행태에 화가 난다”라며 정치권에 대한 혐오를 표출했다.
30대 대학원생 김모씨는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후보간 비방이 도를 넘고, 포퓰리즘성 공약이 난무하는 모습에 실망했다”라며 “경선을 치른 후 후유증이 적지 않을 텐데 과연 진정한 원팀을 만들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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