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언론중재법 처리 9월 정기국회로 미룰듯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與 내부서도 속도조절론 고개
오늘 본회의서 상정 안할듯

한국신문협회가 제작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 포스터. 언론을 상징하는 펜 주위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빗댄 ‘붉은 수갑’이 채워져 있다. 한국신문협회 제공
한국신문협회가 제작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 포스터. 언론을 상징하는 펜 주위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빗댄 ‘붉은 수갑’이 채워져 있다. 한국신문협회 제공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30일 국회 본회의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상정할지를 두고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야권과 국내외 언론단체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당내에서도 처리 과정을 둘러싼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여론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소속 의원들도 송영길 대표에게 강행 처리 시 ‘독주 프레임’ 확산 우려 등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법 통과라는 방침 자체에는 변화가 없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기류”라고 전했다. 개정안이 이미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만큼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국민의힘이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 시 즉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돌입을 예고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8월 임시국회 회기가 31일 종료되면 국회법에 따라 9월 1일 첫 본회의에서 개정안 표결이 이뤄진다. 여당 관계자는 “이렇게 될 경우 민주당은 ‘입법 독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30일 본회의에 개정안을 아예 상정하지 않는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29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회동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30일 본회의 전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민주당은 30일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거쳐 당의 방침을 확정짓기로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이 상정을 스스로 포기하든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하든 8월 국회 내 처리는 물 건너갔다”고 했다.

與 “독선 프레임 갇히면 역풍“ 언론법 속도조절… 당내 반발도 부담
밀어붙이던 與, 언론법 신중론 고개

더불어민주당은 29일에도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 의지를 재차 강조하며 야당을 향한 엄포를 이어갔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께서 주신 책무를 다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예고했지만 민생개혁 입법의 ‘발목 잡기’ 이상을 보여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마친 뒤 “여당 입장에서 언론중재법이 지금 개정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지만 각 조항에 대해 (야당과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외부로 드러낸 공식 입장과 달리 여당 지도부 내부에선 ‘숨고르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기류도 적지 않았다. 개정안의 처리 방침 자체에는 변함이 없지만 8월 임시국회 내에 무리하게 처리를 시도하다가 자칫 ‘독선 프레임’에 빠져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다.

○ ‘독선 프레임’ 의식하는 與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개정안의 처리를 두고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며 “좀 더 다양하게, 구체적으로 의견을 듣고, 필요한 부분은 수정하는 등의 절차를 충분히 반영하자는 분위기”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주당이 가장 피하고 싶은 게 독선적이란 지적”이라며 “새 지도부 취임 이후 지난 100일간 떨쳐내기 위해 그토록 노력해 온 독선 프레임에 다시 갇힐 수 있다”고 했다.

강행 처리에 대한 당내 반발이 이어지는 점도 부담이다. 앞서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노웅래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도 여론조사를 돌려보면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전히 많다. 다만 ‘당장 처리해야 한다’를 두고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내용상 문제보다는 과정상 관리를 거치자는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더 논의하자는 목소리가 당내에서도 이슬비처럼 계속 이어지는데 지도부가 이를 무시하고 강행하긴 어렵다”며 “30일 본회의에 앞서 열릴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거쳐 최종 방침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도부의 이 같은 기류 변화에는 개정안이 이미 국회 상임위 마지막 단계인 법사위를 통과했으니 어차피 처리는 시간문제라는 자신감도 반영됐다. 아울러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카드가 현실화될 경우 ‘언론재갈법’이나 ‘대선용 재갈 물리기’라는 프레임이 대두되는 것도 민주당엔 부담이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임대차 3법 처리를 앞두고 필리버스터에 나섰던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나는 임차인입니다’로 예상 밖의 큰 히트를 쳤다”며 “이번에도 전혀 예기치 못했던 여론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야당의 필리버스터 방침에 환영 입장을 밝혔던 송영길 대표는 30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함께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MBC ‘100분 토론’에 직접 출연해 언론중재법 관련 끝장 토론에 나설 예정이다.

○ 청와대 침묵 속 고심
청와대도 물리적으로 8월 임시국회 내 개정안 처리는 어려울 것이란 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청와대 일각에선 민주당이 전원위원회와 필리버스터 등 국회 내 절차적 정당성을 충분히 확보하며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이날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도 청와대는 언론중재법 관련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강행 처리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기류는 당 여러 관계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 내에 ‘8월 처리’를 고수하는 강경한 목소리도 여전히 적지 않아 강행 처리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송 대표는 27일 이뤄진 인터뷰에서 “(30일) 처리가 어려우면 9월 초에라도 처리할 것”이라며 “더 늦추면 대선 정국에서 부담된다”고 강행 처리 의지를 명확하게 했다. 일부 강성 당원들은 개정안에 반대한 의원들을 ‘언론 10적’이라 부르며 문자폭탄 테러를 이어갔다.

#독선 프레임#언론재갈법#언론중재법#속도조절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