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입법 폭주]
유엔, 정부에 서한… 與에도 전달
언론 7단체 “아무리 분칠해도 악법”
국내외 각계의 비판 속에 일단 강행이 중단된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단기간에 수정을 거듭하며 ‘누더기 입법’이 됐다. 징벌적 손해배상 등 핵심 위헌 요소들을 그대로 유지한 개정안은 아예 폐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31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기에 앞서 30일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전체를 삭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포함하면 민주당은 본격적으로 언론중재법 처리에 나선 7월 이후 개정안을 6차례나 수정했다.
민주당은 당초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으로 언론사의 불법행위 등까지 포함해 6가지 요건을 만들었다가 비판이 일자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4개로 줄였다. 이어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추정 요건 중 ‘피해 가중’이라는 표현만 빼고, ‘보복’ ‘반복’ 등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표현들은 그대로 뒀다.
민주당은 수정 과정에서 위헌적 조항을 일부 빼기도 했지만 거꾸로 위헌성이 더 큰 조항으로 바꾸기도 했다. 법사위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명백한 고의·중과실’ 문구에서 ‘명백한’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적용 대상을 더 포괄적으로 바꿔 언론의 불이익을 강화한 것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위헌성에 대해 국내외 인권·언론 기관들은 우려와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31일 외교부에 따르면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명의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앞서 24일 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 특별보고관들에게 언론중재법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서한을 보낸 지 1주일이 안 된 시점이다. 특별보고관들은 서한에서 언론중재법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서한은 민주당에도 전달됐다.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관훈클럽, 대한언론인회는 31일 성명을 내고 “악법은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분칠을 해도 악법일 뿐이다. 누더기 악법이 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폐기하고 원점에서 숙의 과정을 거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PD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여야의 협의체 합의는 충돌과 표결 처리를 한 달 뒤로 미룬 것 외에는 의미가 없다”면서 “각계 인사들이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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