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초선 의원이 같은 당 출신 국회의장에게 육두문자를 연상시키는 메시지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사과한 지 하루 만에 야당 최고위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암적 존재”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정책 대결은 사라지고 거친 언행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여야 정치인들, 앞다퉈 ‘거친 입’ 경쟁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1일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진행자인 김어준 씨를 향해 “자꾸 그렇게 말하니 암적인 존재라는 비판까지 듣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여 성향 방송인인 김 씨가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자신의 부친을 ‘친정아버님’으로 호칭한 것을 두고 “비혼 상태에서 누가 친정이라고 하냐”고 말하자 공개적인 방송에서 ‘암적 존재’라고 비난한 것. ‘암적 존재’는 윤 의원이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친정아버지’ 표현이 정치적으로 계산된 것이라는 주장을 한 김 씨를 향해 “공적인 공간에서 사라지라”며 쓴 표현이기도 하다.
여야 간 극단 대결에서 비롯한 여의도의 선을 넘는 ‘거친 입’은 다른 분야의 진영 대결로까지 번져 가는 모양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정철승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의 대일 외교를 비판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겨냥해 “(김 교수가) 100세를 넘긴 근래부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들을 작심하고 하고 있다”며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윤석열 캠프 김영환 전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정 변호사의 발언은)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하는 패륜의 언어”라며 날을 세웠다. 1920년생으로 올해 101세인 김 교수는 지난달 31일 일본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도 과거를 질질 끌며 (한일 관계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현 정부 외교 정책을 비판했다.
보수와 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고 거친 언행이 이어지는 현상에 대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간 네거티브가 더 이상 국민에게 먹혀들지 않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국민들의 선거를 보는 눈높이는 달라졌는데 정치권은 더욱 저열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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