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권주자들 ‘尹 리스크’ 십자포화…與 공세보다 살벌한 ‘생존경쟁’

  • 뉴스1
  • 입력 2021년 9월 3일 21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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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을 방문, 한국교회 대표연합기관 및 평신도단체와 간담회를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2021.9.3/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을 방문, 한국교회 대표연합기관 및 평신도단체와 간담회를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2021.9.3/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내우외환(內憂外患) 위기에 봉착했다.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지자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일제히 십자포화를 쏟아냈고, 당 지도부도 당무감사 가능성을 언급하며 ‘방패’가 아닌 ‘칼날’을 겨누는 모양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전 총장을 향해 “고발을 지시했거나 묵인했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며 “대선 후보의 기본적인 도덕성, 검찰 조직의 명예와 관련된 매우 심각하고 중차대한 문제”라고 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이) 설사 몰랐다 하더라도 지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윤 전 총장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최대한 협조하고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진상규명을 압박했다.

‘고발 사주’ 의혹은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4월, 검찰이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이었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측에 범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형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의 청부 고발 의혹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1.9.3/뉴스1 © News1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의 청부 고발 의혹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1.9.3/뉴스1 © News1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2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의 고발 사주가) 윤 전 총장 양해 없이 가능했을까, 양해를 안 했다면 그것도 어불성설”이라며 고발 사주 의혹설에 무게를 실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은 국정농단 사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공범으로 묶을 때 묵시적 청탁설로 묶었다”며 “그 이론대로라면 (고발 사주는) 묵시적 지시설이 된다”고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진실 규명’을 앞세워 윤 전 총장을 몰아 붙였다. 유 전 의원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만약 야당에 고발을 하도록 자료를 보낸 게 사실이라면, 검찰총장이 모르고 있던 상태에서 이를 중간 간부들이 (사주를)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든다”며 “본인이 알고 있었는지 진위를 밝혔으면 한다”고 했다.

원 전 지사도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의혹 그 자체만으로 중대한 사안”이라며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채 ‘정치 공작이다’ 등 서로 이용하는 공방으로 가는 것은 올바른 후보 선택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장성민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국민과 언론을 향해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을 경우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장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 후보가 지금처럼 배 째라는 식으로 자신에 대한 의혹도 감추고 검증할 시간도 없애면서 ‘후보만 되면 그만’이라는 식의 권력병에 끌려가 결국 윤 후보가 최종 야권의 본선후보가 된다면 이는 100전 100패의 카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일단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이다. 윤 전 총장의 의혹이 구체화할 경우 선제적으로 ‘진상조사’에 나설 기류도 감지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당무감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진상조사에 나설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정치권은 ‘고발 사주’ 의혹의 향배에 따라 야권 대선 판도가 요동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하락 국면을 맞은 상황에 본인과 직결된 의혹까지 불거지면 ‘지지율 급락’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어서다.

당 지지율과 윤 전 총장 지지율이 ‘동반 급락’하는 최악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대권자들이 윤 전 총장이 휘청이는 틈을 타 ‘역전’을 꾀하고, 당 지도부는 섣불리 방어막을 치기보다 한 발 물러나 사태를 관망하는 이유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유력 대권주자가 한 명 뿐인 ‘원톱체제’에서 원톱이 흔들리면 그 여파가 당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독주체제’가 무너지면 국민의힘 지지율도 연쇄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신 교수는 “홍준표 의원의 지지율이 무섭게 오르면서 야권 대선구도가 원톱체제에서 ‘투톱체제’로 바뀌고 있다”며 “홍 의원이 ‘대체재’로서 지지율 일부를 흡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이날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저는 검찰총장이나 서울지검장을 하면서 누구에게 ‘누구를 고발하라’ 그런 이야기를 한 적도 없고, 그럴 이유도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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