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여야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들을 청와대로 불러 “여야정 간에 대화와 타협을 통한 진정한 협치가 아주 절실하게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진석 국회부의장 등 국민의힘 참석자들은 여당이 국회에서 처리하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겨냥해 “다음 정부 출범 이후로 넘기는 것이 상식”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지금이야말로 협치를 하기에 좋은 시기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도 많지만 국회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다”며 9월 정기국회에서 여야 간 협치를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국제 다자회의에 가보면 가짜 뉴스가 전 세계적으로 횡행함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부의장은 “여야가 언론중재법을 갖고 갈등할 때 조정과 중재가 이뤄졌던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여야가 첨예하게 맞선 쟁점 안건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넘기는 것이 상식과 순리에 맞다”며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文 “정부엔 말년 없어… 예산안 협치를” 野 “강행처리 안돼”
문 대통령은 “가짜뉴스는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고 극단주의는 사상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다”며 “언론중재법에 문제의식이 잘 담겨 있는지 모르겠다. 가짜뉴스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인데, 이것을 제어하지 못하게 하는 것 또한 민주주의다. 참 아이러니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국민의힘 참석자들이 전했다. 여당이 처리하려는 언론중재법이 표현의 자유 등 민주주의의 근본 원리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박대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가짜뉴스를 근절하는 것은 찬성한다”면서도 “언론중재법이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여야가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말년이라는 것이 없을 것 같다”며 “마지막까지 위기 극복 정부로서 사명을 다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을 앞두고 여야 간 경쟁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경쟁은 경쟁이고 민생은 민생이라고 생각해 달라”며 야당에 604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 법안 처리를 당부했다.
이에 정 부의장은 “정기국회에서 여당이 예산안과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모습을 또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부의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간담회에 5분 늦었다. 김 의원은 도착 뒤 “제가 살면서 일생일대 최대 실수를 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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