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에 따른 북한의 경제난과 관련해 대북 제재 완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러시아 통신이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이 제재 완화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이 문제를 지렛대 삼아 최근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위기에 몰린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흔들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안보리 내에서는 “현재 (대북 제재 완화와 관련) 어떤 상징적인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은 (코로나19로) 어쨌거나 폐쇄된 상태이고, (제재를) 해제해도 (북한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순전히 보여주기식 제스처라 해도 제재 완화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최근 안보리 회의에서는 대북 제재 완화안이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제재 완화안은 중국과 러시아가 2019년 12월 안보리에 제출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을 가리킨다. 북한의 해산물과 섬유 수출 금지 해제 등을 담은 이 초안이 다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곧바로 미국이 논의를 차단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안건 처리에 대한 거부권 행사할 수 있는 미국이 반대하는 한 대북제재 완화는 어렵다. 미국은 최근에도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과는 별개로 제재는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국제사회 일각에서 북한의 (경제난 등) 상황을 제재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이는 북한의 악의적 행동과 책임에서 주의를 돌리려는 전술일 뿐”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실은 또 “우리는 인도적 지원을 위한 국제적 활동을 지지하고 이를 북한이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도 “미국이 기존의 대북 협상 기조를 바꿨다는 얘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은 추진하되 제재는 유지한다는 기존 방침에서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방한한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도 한국 정부와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을 논의했지만 제재 완화 등은 핵심 의제로 테이블에 올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는 등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생각을 했다면 오산”이라며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조건 없이’ 협상에 나설 때까지 어떤 제재 완화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안보리에서의 대북 제재 완화 논의는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개국 안보협의체) 등을 통해 동맹국과의 결속을 강화하자 북-중-러 역시 공조에 나섰다는 것이다. 아프간에서의 철군 후폭풍으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동맹국들이 미국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상황을 중-러가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 장기화로 북한은 경제가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라는 점을 들어 중-러가 대북 제재 일부 해제 결의안을 기습 상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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