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과 정보당국이 북한 동향에 재차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북한 수도 평양에서 열병식을 준비하는 듯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6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시작된 북한군의 연례 하계훈련은 현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미 당국은 이와 별개로 지난달 말부터 평양 소재 미림비행장 일대에 다수의 군 병력이 집결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림비행장은 북한군이 열병식 사전연습을 진행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미림비행장에서 열병식을 준비하는 징후가 있느냐’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물음에 “자세히 얘기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런 징후가 있고 관련 동향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북한군의 ‘가을’ 열병식은 대개 정권 수립 기념일(9월9일)이나 조선노동당 창건 기념일(10월10일)을 기해 진행된다. 그러나 올해는 북한 정권 수립 73주년, 노동당 창건 76주년 등으로 이른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 아니기 때문에 “열병식 개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그러던 중 최근 미림비행장의 열병식 준비 정황이 포착되자 대북 관측통들로부턴 “올해가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집권 1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이를 기념하기 위한 열병식이 계획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북 관측통들에 따르면 북한군은 그간 각 군별로 내년 4월15일 제110주년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기념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랬던 북한이 갑자기 열병식 준비에 나선 건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한 국경봉쇄 조치의 장기화 등으로 경제·민생난이 심화되면서 민심이 동요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관측통들의 설명이다.
최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김 총비서 집권 10년간의 ‘성과’를 조명하는 기사들이 실리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북 관측통들은 “북한의 열병식 준비가 늦어도 행사 1~2개월 전에 시작된다”는 점에서 실제로 열병식이 개최될 경우 시점은 내달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 즈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총비서가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인 2011년 12월3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2011년 10월8일 유훈’에 따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된 사실도 이 시기 열병식 개최 가능성에 무게를 싣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다만 대북 관측통들 사이에선 이번 열병식 준비가 예년에 비해 ‘급조’된 측면이 있다는 이유로 “예년에 비해선 다소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북 관측통은 “작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땐 2만3000여명, 그리고 올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 땐 1만8000여명 정도가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관계당국은 북한군이 그간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의 신형 무기도 다수 선보여 왔단 점에서 이번 열병식 준비 상황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서 장관은 이날 국회 답변에서 “(북한이) 열병식을 준비하는 단계, 열병식 행사 당일을 포함해 면밀히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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