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5일 1차 대선후보 경선 컷오프(예비경선)를 앞두고 예비후보 12명을 모두 모아 정책공약 발표회를 열었지만 당내에서도 후보들 간 열띤 공방이 사라진 ‘맹탕 발표회’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25일 대선 주자 비전발표회 때처럼 공약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자들은 자리에 앉아 졸거나 휴대폰을 보는 등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산만한 분위기가 행사 2시간 내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7일 서울 강서구 한 방송스튜디오에서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이란 이름으로 대선 주자 12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정책공약 발표회를 개최했다. 주자들은 각자 대표 공약을 7분씩 발표한 뒤 사전 추첨을 통해 결정된 한 명의 주자와만 각각 1분씩 질문과 답변을 이어갔다. 질문도 현장에서 언급된 공약에 한정하다보니 애초에 날카로운 검증은 애초에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尹 “일자리 조직개편” 洪 “국회의원 200명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정부의 모든 정책 목표를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맞춰 산업, 교육, 노동, 복지 등 제반 경제 사회 정책을 통합하고 정부 조직도 개편할 것”이라면서 “규제영향분석 전담기구를 만들어 일자리 창출에 방해되는 규제는 과감히 혁파하겠다”고 했다. 홍준표 의원은 “2024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정원을 300명에서 200명으로 축소하는 개헌을 하겠다”며 “국회를 상원 50명, 하원 150명의 양원제로 하고 비례대표는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 4년 중임제,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폐지도 공약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미친 집값의 진원지인 서울과 서울 근교에 민간 공급을 확대해서 취임 즉시 반드시 부동산을 잡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기득권 중심의 이중 구조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겠다”며 “민노총의 불법과 폭력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히 엄단하겠다”고 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기획재정부를 미래기획원으로 개편해 정부조직부터 미래지향적으로 바꾸겠다”며 “미래기획원 산하에 규제혁파조직을 두겠다”고 밝혔다.
일부 주자들은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경선에서 승리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대선 본선 경쟁력을 주장했다. 홍 의원은 이 지사를 “경기도의 차베스”로 비유하면서 “본선에서 경기도 차베스를 잡을 사람은 홍준표가 제일 낫다”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도 과거 이 지사가 야당에서 가장 두려운 후보로 자신을 꼽은 발언이 담긴 동영상을 제시하며 “민주당은 제가 갖는 중도 확장성을 두려워한다”며 “저는 민주당에 강하다. 내년 3월 민주당을 박살내고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했다.
● 유튜브 접속자 급감…맹탕 비판
이날 국민의힘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로 중계된 이날 행사의 최대 동시접속자는 4000여명에 그쳤다. 앞서 당 대변인을 토론 배틀로 뽑았던 ‘나는 국대다’ 당시 2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몰린 것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 것. 주자들 간의 질의응답도 “일자리 창출방안은 무엇인가” “인구절벽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등 대부분 원론적인 문답에 그쳤다. 유 전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토론도 안 하고, 질문자도 추첨으로 정하고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왜 이렇게 유치한 결정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토론을 일부러 막으려고 하는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원 전 지사도 “일방적으로 발표를 하니까 토론만큼 깊이 들어가는 게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대선 주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치르는 현장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현장에서는 긴장감을 찾을 수 없었다. 다른 주자의 발표 도중 윤 전 총장은 의자에 앉아 졸았고, 홍 의원은 비공개 일정을 이유로 자신의 발표가 끝난 후 자리를 떴다. 다른 주보들도 휴대전화를 보거나 연신 주위를 둘러봤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지난달 비전발표회에 이어 ‘학예회 시즌2’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현장에 있던 당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국민적 관심도를 높이고, 축제의 무대가 돼야할 대선 경선에서 축축 처지는 모습만 이어지고 있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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