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수립 73주년 기념, 자정 개최
전략무기 빠지고 병력 1월의 절반
경제난 속 내부결속 이벤트 분석
북한이 정권수립 73주년인 9일 0시에 심야 열병식을 개최했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선보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무기는 공개되지 않았다. 양복 차림으로 열병식을 관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연설을 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날 0시부터 약 1시간 동안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진행했다. 오후 6시에 시작된 올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과 0시에 시작된 지난해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포함해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세 번의 야간 열병식을 잇달아 치른 것이다. 두 달 전부터 준비한 앞선 두 번의 열병식과 달리 이번엔 준비 기간이 한 달도 되지 않았다.
이번 열병식은 전략·전술무기를 갖춘 정규군 대신 예비군격인 노농적위군과 경찰격인 사회안전무력 소속 병력과 무기가 동원됐다. 오토바이와 트랙터를 탄 노농적위대 기계화부대가 동원돼 눈길을 끌었다. 트랙터에는 122mm 다연장로켓과 대전차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가 실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을 맡는 비상방역종대가 주황색 방역복과 방독면을 착용한 채 행진한 것도 이색적이었다.
이번 열병식은 1월 규모의 절반 수준인 8000여 명의 병력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참가한 무기 및 장비 규모도 1월 열병식의 절반 미만”이라고 전했다.
이날 열병식을 보도한 노동신문은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이라는 표현을 썼다. 열병식 사열도 이례적으로 군 간부가 아닌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맡았다. 집권 이후 11번째 열병식에 참석한 김 위원장 대신 리일환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 연설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전략무기나 대미, 대남 관련 메시지도 없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축제 분위기를 조성해 장기간 봉쇄로 악화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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