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번 북한이 새로운 무기를 공개하면서도 직접적으로 김정은 총비서가 참관하지 않았다는 점, 특별히 대남·대미를 자극하는 메시지가 없었다는 점 등은 북한이 추후 북미 북핵 협상이나 북미·남북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해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우선적으로 나서 ‘찬물’을 끼얹는 정도의 강경 대응이 필요 없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8월 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이 지난 7월 영변 핵시설을 약 3년 만에 재가동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는데, 이 때도 정부는 “한미가 북한 핵미사일 활동을 지속 감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발표했다. 이 역시도 북한과의 추후 핵협상 등의 가능성을 열어둔 대응으로 관측된 바 있다.
다만 북한은 이번에 발사한 순항미사일이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그리며 1500㎞를 비행해 목표물을 명중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비행 중 궤도와 경로를 바꾸면서 장시간 비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해 만약 소형화한 전술핵탄두를 탑재하면 한국은 물론 일본도 북한 핵의 사정권이 될 수 있다.
또 이번 순항미사일 외형도 중국·러시아·이란·파키스탄 보유 순항미사일과 비슷해 상당한 기술적 진보를 이룬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군사기술 개발 진전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공개적이고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번 장거리 순항미사일은 단순 재래식 전력으로만 볼 수 없다는 취지에서 정부의 고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추가적인 미국의 대응 수위나 입장 발표, 북한 측에서의 추가도발 여부, 우리 정부의 향후 외교 일정 등을 보며 대응해 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미 당국이 이번 북한이 발표한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 정밀 분석 중에 있다”면서도 “이른시간 내 정부의 추가적인 입장 변화나 추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국제사회의 위협이 된다면서도 상황을 계속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이웃국가들과 국제사회에 위협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로 인해 안보에 위협을 받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방위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여전히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북한의 무력도발 시위는 네 번째이며,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직후 지난 1월22일과 3월21일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같은 달 25일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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