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경선 시작 전까지만 해도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빅3’로 꼽혔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경선 시작 이후 첫 사퇴다. 1995년 정계 입문 이후 요직을 두루 거친 정 전 총리가 사퇴하면서 당 안팎에서는 “25일부터 펼쳐지는 호남 경선이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 1차 슈퍼위크의 후폭풍, 정세균 중도 하차로
정 전 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족한 저를 오랫동안 성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충청 경선까지만 해도 3위를 지켰던 정 전 총리는 12일 ‘1차 슈퍼위크’ 투표에서 4.03%를 얻는 데 그쳤다. 누적 득표율 역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11.35%)에게 뒤진 4.27%를 얻었다. 여권 관계자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호남 지역 경선에서 다른 주자와의 격차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된 정 전 총리는 국회의원을 6차례 지내는 동안 당 대표, 국회의장, 총리 등을 두루 거쳤다. 기업인 출신으로 “강한 대한민국, 경제 대통령” 구호를 앞세워 대선에 도전했지만 결국 경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각 캠프는 정 전 총리의 사퇴가 경선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한 캠프 관계자는 “전북 출신인 정 전 총리가 호남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정 전 총리의 표와 조직이 어디로 향할지가 호남 경선의 변수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전 총리는 “백의종군하겠다”며 특정 주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전 총리의 향후 행보에 대해 정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여권에서는 “정 전 총리의 사퇴로 5파전이 됐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선이 3파전으로 재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추 전 장관이 두 자릿수 득표율로 올라선 반면에 박용진 김두관 의원은 1%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여당 의원은 “지금까지 추 전 장관이 ‘친(親)이재명, 반(反)이낙연’ 태도를 유지해 왔지만 추 전 장관의 지지율이 오르면서 이 지사의 표 상당 부분을 가져가는 형국”이라며 “추 전 장관이 결선투표 성사 여부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추석 민심’ 직결되는 호남 경선
다른 주자들은 22일까지 이어지는 추석 연휴 직후 25, 26일 열리는 호남 경선을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호남에만 전체의 30%에 육박하는 20만3000여 명의 선거인단이 있고, 추석 민심이 수렴된 뒤 열리는 호남 경선 표심은 다음 달 3일 2차 슈퍼위크와 이어지는 수도권 경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추석 민심 잡기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날 광주전남 맞춤형 공약을 발표하며 표심 공략의 시동을 걸었다. 이 지사는 정 전 총리의 사퇴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보배 같은 원로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사퇴하시지만 정권 재창출과 민주당이 앞으로 가야 할 길에 향도 역할을 하실 어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남 지역에서도 과반 득표를 해 결선투표 없이 대선에 직행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이재명 캠프는 소속 현역 의원들이 일제히 호남 각 지역으로 향하기로 했다.
1차 슈퍼위크를 거치며 30%의 득표율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이 전 대표는 15일 전북, 16일 광주를 찾는다. 고향인 호남 지역 경선에서는 1위를 노리겠다는 목표다. 이 전 대표는 정 전 총리 사퇴에 대해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어른이시며, 합리적이고 유능한 개혁주의자”라며 “민주당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빚을 지고 있다. 정세균 정신의 실천은 저희의 몫”이라고 밝혔다.
다른 주자들도 호남행에 가세했다. 박 의원은 이날 광주에서 지역 공약을 발표했고, 이날 전북을 찾은 김 의원은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면담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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