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5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회담한 뒤 “중국과 한국이 서로 떠날 수 없는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라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반드시 우호적인 방향을 나아가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왕 부장은 ‘한국이 중국보다 미국에 기울었다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국이 미국의 중국 견제에 일부 동참했다는 평가가 나온 5월 한미 정상회담 뒤 4개월 만인 이날 방한에서 한국에 미국 편으로 기울면 안 된다고 노골적으로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왕 부장은 특히 최근 미국 의회가 한국 참여를 추진하는 미국 영국 등 영미권 5개국의 정보공유 동맹체인 ‘파이브아이스(Five Eyes)’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는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완전히 냉전 시대의 산물이다. 이미 한참 전에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비판했다. 한국이 중국 견제 동참으로 해석될 수 있는 파이브아이스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하고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왕 부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해서는 “중한 양국은 비록 나라 상황이 다르지만 상대방이 선택한 발전의 길을 걷는 것을 지지하고, 상대방의 핵심적이고 중요한 관심 사안에 대해서 상호 존중하고 각자 민족의 문화를 존중하며 국민 정서를 상호 존중하는 전통을 이어왔다”며 “앞으로 이런 좋은 전통은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적이고 중요한 관심 사안”은 중국이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철수를 주장하거나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하지 말라고 요구하면서 해온 표현이다. 문 대통령에게 직접 미국에 기울지 말라고 요구한 셈이다. 왕 부장은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거론하며 “공자의 삼십이립(三十而立·나이 삼십에 이르러 비로소 어떠한 일에도 움직이지 않는 신념이 서게 됨)”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왕 부장에게 “2022년 베이징올림픽이 평창올림픽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또 한번의 전기가 되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북한에 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음에도 여전히 내년 베이징 올림픽이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교두보가 돼야 한다는 기대를 나타낸 것.
이에 왕 부장은 “베이징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적극적인 태도로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하루에도 역사적인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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