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서 치러지는 두 번째 국정감사가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국회가 정작 지난해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채택조차 손을 놓은 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감을 보름 남짓 앞둔 가운데 국회가 피감기관에 “국감 결과 조치를 보고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지난해 국감 결과 자체가 확정되지 않아 조치사항도 확정하지 못했다”고 답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국회 사무처 등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회 18개 상임위원회 중에서 국정감사를 실시하지 않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제외한 17개 상임위 중 절반에 가까운 8개 상임위가 지난해 국감 결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이날 2개 상임위가 늑장 의결에 나서면서 미채택 상임위는 6곳이 남았다.
2020년도 국감 결과보고서 채택이 안 된 곳은 운영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교육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 8곳이다. 이 중에서 기재위와 외통위는 15일 뒤늦게 결과보고서를 채택하고 같은 날 올해 국감 계획서를 한꺼번에 의결하는 촌극을 벌였다.
최근 10년간 국감 결과보고서 채택 현황에 따르면 통상 상임위에선 국정감사가 실시된 같은 해 12월 또는 늦어도 이듬해 3월경까지 결과보고서를 채택했다. 그래야 피감기관 등에서 감사 결과를 토대로 개선해야 할 점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 열린 첫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는 올해 2∼4월 6곳에서 채택하는 데 그쳤고, 나머지는 늑장 처리했거나 계류 중인 상태다.
이를 놓고 국회에선 “기본적인 절차조차 신경 쓰지 않은 채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스스로 ‘국정감사 무용론’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 의원은 “정부에 국감 후속조치를 묻는 자료를 요구했더니 황당한 답변을 듣게 돼 이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게 됐다”며 “21대 전반기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폐해가 드러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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