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전 동해상 쏜 탄도미사일 2발… 北매체, 열차에서 발사 장면 공개
발사 수단 다양화로 타격력 강화, 美국무부 “안보리 결의 위반 규탄”
김여정의 대통령 비난 담화에… 통일부 “최소한 예의 지켜야”
북한이 사상 처음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북한은 이날 관영매체를 통해 전날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2발이 열차에서 발사되는 장면을 공개했다. 북한이 그간 진행한 탄도미사일 발사는 거의 대부분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이뤄졌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의 발사 수단이 TEL,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이어 열차까지 다양화된 것. 정부는 TEL에 비해 열차 미사일 발사를 위성으로 포착하기가 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으로 한다. 북한이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 전술핵무기를 한미의 감시망을 피해 기습적으로 날려 보낼 수 있는 대남 핵타격력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월 노동당 대회에서 지시한 “전술핵무기 개발 등 전쟁 억제력 강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 미사일방어 체계를 약화시킬 수 있는 열차를 동원한 핵투발 수단까지 등장한 만큼 우리 군의 탐지 및 요격 체계도 대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새로 조직된 철도기동미사일 연대가 15일 새벽 중부산악지대로 이동해 800km 계선의 표적지역을 타격할 데 대한 임무를 받고 훈련에 참가했다”며 “철도미사일체계 운영 규범과 행동 순차에 따라 신속기동 및 전개를 끝내고, 조선동해상 800km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동영상에는 터널을 빠져나온 열차의 상부 덮개가 열린 뒤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매우 유사한 미사일이 하늘로 솟구치며 화염과 연기가 열차와 그 주위를 휩싸는 모습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발사 현장에 불참했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박정천 비서가 훈련을 지도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5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이번 미사일 발사는 여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자 북한의 주변국 및 국제사회 다른 국가들에 위협을 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며 “남북관계의 완전한 파괴”를 위협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어떤 경우라도 최소한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 예의와 존중은 지켜야 한다”며 “북한이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비난한 것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담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다”고만 했다.
北 열차 미사일, 南전역 핵타격력 과시
北, 사상 첫 열차서 탄도미사일 발사
북한이 15일 사상 처음으로 열차에서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둔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16일 공개하면서 ‘핵투발 수단’의 진화를 통한 대남 핵무력 고도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동식발사차량(TEL),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이어 열차가 새로운 발사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관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최종 시험발사일에 맞춰 미사일 도발을 한 것은 자신들은 SLBM보다 한 수 위의 발사 수단을 실전 배치했음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 정부 “열차 미사일 발사 탐지 어려워”
열차를 이용한 미사일 발사 시스템은 거미줄처럼 촘촘히 각지로 뻗은 철도망을 ‘핵투발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TEL보다 기동성이 뛰어나고 은밀·생존성을 높이는 동시에 다량 배치 및 타격이 최대 장점이다.
열차 칸에 미사일이 탑재된 발사대를 가로로 눕혀 적재한 뒤 터널 등에 숨어 있다가 발사 장소로 은밀히 이동해서 유압식 덮개를 열고 수직으로 세워 쏘는 방식이다. 열차 내·외벽은 발사 충격과 화염, 외부 공격에 대비해 장갑판 등을 덧대어 구조를 보강한다. 조선중앙TV에 따르면 장갑 열차가 터널을 빠져나온 뒤 정차하자 열차의 상부 덮개가 열리고 가로로 누워 있던 미사일과 발사대가 세로로 일어선 뒤 수직 상태에서 미사일이 화염, 굉음과 함께 발사된다.
철도 총연장이 5300km(2019년 기준)에 달하는 북한이 냉전 시기 옛 소련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운반 및 투발 수단으로 운용한 ‘핵열차’를 본뜬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옛 소련은 1980년대 초 3발의 핵 탑재 ICBM을 실은 12대의 ‘전투열차 미사일체계’를 실전 배치한 바 있다. 이 열차는 하루에 수백 km를 이동할 수 있고, 수시로 위치를 바꿔 터널 등에 장기간 숨을 경우 정찰위성 등이 포착하기 쉽지 않다. 정부 당국자는 “열차에서 발사하는 것은 탐지가 쉽지 않다”고 했다.
산악지대가 대부분인 북한은 단거리부터 ICBM 등 중장거리미사일을 싣는 TEL을 차륜형에서 무한궤도형으로 바꾸는 등 야지 기동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 유사시 최대한 빨리 쏘고, 지하기지 등으로 숨어야 한미 연합군의 탐지 및 선제타격(킬체인)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TEL의 기동 상황은 위성에 거의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핵이나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열차에 실어서 전국 각지에 배치하면 작전반경도 넓어지고 일반 열차와 분간하기도 힘들어 사전에 발각될 위험이 낮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발사훈련을 지도한 박정천 당비서가 “(북한의) 지형 환경 등을 고려해 전국 각지에서 분산적인 화력임무 수행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위협세력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 타격 수단”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또 노동신문이 이날 ‘철도기동미사일 연대’가 올 1월 당 대회에서 새 국방전략수립 일환으로 신설됐고, 향후 여단급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보도한 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력 강화 차원에서 기획, 지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군 관계자는 “3월 소형 핵을 실어 한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이번에는 같은 미사일을 새 발사 수단(열차)에 실어 쏜 점에서 김정은이 올 초 지시한 전술핵의 대남 핵타격력을 극대화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ICBM 탑재 추진 관측도
일각에선 북한이 추진 중인 철도 현대화를 통해 ICBM급 중장거리미사일의 열차 탑재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의 낡은 경량레일을 중량레일로 교체한 뒤에 화성-13(ICBM급)·14형(ICBM)을 원통형 수직발사관에 장착해 출력을 높인 신형 특수열차(최대 50t 추정)에 실어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CNN 등 외신은 2017년에 북한이 2011년 우크라이나에서 옛 소련이 운용한 핵열차 탑재형 ICBM 관련 기술을 훔치려다 적발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 전역의 철도망은 항시 노출돼 발사 지점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고, 유사시 한미 연합군의 최우선 제거 대상이어서 전술적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북한이 15일 발사한 미사일은 개량형이 아닌 기존 KN-23과 형태가 거의 유사하다는 점에서 엔진 성능을 개조해 사거리를 늘린 신형이거나 또 다른 개량형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군 소식통은 “열차에 싣기 위해 탄두 중량을 줄여서 사거리를 최대한 확장하는 테스트를 했을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