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 예정일(27일)을 앞두고 “충분히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여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처리에 대해 직접 신중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23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며 대통령 전용기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언론이나 시민단체, 국제사회에서 (언론중재법에 관한) 이런저런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도 24일 YTN에 출연해 “청와대는 (언론중재법이) 여야 간 합의로 처리되지 않아 여야 간 갈등과 경색이 지속될 경우 10월 정기국회에서 논의할 예산안 심의나 많은 입법과제 처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31일 여야가 언론중재법 추가 논의를 위한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자 대변인을 통해 “여야가 숙성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여야는 각자 다른 해석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미 그렇게 (의견 청취를) 하고 있다”면서 “26일까지 협의체에서 최대한 합의를 끌어내고 그 결과를 27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언론중재법에 대해 신중하고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야당은 본회의 상정을 27일 이후로 미루고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핵심 쟁점에 대해 더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야 언론중재법 협의체는 이날 10번째 회의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회의 직후 “의견이 좁혀진 것이 없고 (26일까지) 합의안을 만들기는 조금 어렵다고 본다”며 “협의체에서 조율이 안 되면 (여야) 원내대표단이 최종적인 합의를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주장하는 민주당은 ‘피해액의 최대 5배’ 또는 ‘5000만 원과 피해액의 최대 3배 중 높은 금액’을 배상 기준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삭제를 요구하며 정정보도 활성화를 통한 피해 최소화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이 담당하는 고유한 역할을 감안할 때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고 있는 다른 사회 영역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거듭된 수정에도 위헌성이 여전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고수하지 말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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