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여정 유화 담화, 남북미 교착상태에 활기 불어넣나

  • 뉴시스
  • 입력 2021년 9월 26일 13시 08분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유화적 대남 담화를 내놓으면서 남북관계 개선, 북미 대화 재개 등 향후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미간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외교가에서는 북한 측 담화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현재까지 우리 정부는 북한 담화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호응은 반길만하지만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본 뒤 대응하겠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미국 국무부 측에서는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 입장을 보였다. 미국은 앞서 다른 계기에서도 여러 차례 남북 협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지난 24~25일 이틀간 이어진 김 부부장 명의 담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76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다시 강조하고 남북미, 남북미중 등 다자 접근을 제안한 것에 대해 우리 정부에 명확한 대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먼저 김 부부장은 24일 담화에서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면서도 시기와 조건을 거론했다. 남쪽이 대화의 명분을 만들어 제의하면 남북 대화에 응할 수도 있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이중 기준과 편견, 적대시 정책을 거론하면서 ‘정당한 자위권 행사’에 대한 매도 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결 조건이 마련돼야 서로 마주 앉아 의의 있는 종전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며 북남 관계, 조선반도(한반도)의 전도 문제에 대해서도 의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25일에는 다시 부연하는 담화를 내 한국 내 분위기에 대한 긍정 평가를 하면서 “우리 역시 그 같은 바람은 다르지 않다. 지금 서로 트집 잡고 설전하며 시간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또 “함부로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며 설전을 유도하지 말라”, “다시 한 번 명백히 말하지만 이중기준은 우리가 절대로 넘어가줄 수 없다”는 등의 해설과 함께 우리 측 실천을 요구했다.

아울러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 비로소 북남 사이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고 관계 개선의 여러 문제들도 건설적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 하나하나 의의 있게, 보기 좋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부부장은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라면서 무게감을 더는 모습을 보였으며 “남조선(한국)이 정확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권언은 8월에도 한 적이 있었다. 앞으로 훈풍이 불어올지, 폭풍이 몰아칠지 예단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최근 김 부부장 담화는 상당히 유화적인 방향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의의 있는 종전 선언’에 더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 정상회담’ 등 관계 개선의 구체 내용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점 등이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대화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남북의 소통 재개는 물론 북미 관계 국면 전환에 물꼬를 틀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선 다자 접근을 시사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 복원을 통해 한국이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북한 간의 대화·협상을 중재하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이 적극적으로 반응한다면 남북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담화에서 남북 관계만 언급했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남북 대화를 통해 종전선언을 구체화하겠다는 북한 의도를 읽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어 “한국이 적극적으로 운신할 공간을 만들어 주려 할 가능성이 있다”며 “조만간 남북 간 대화 재개 신호 교환 이후 빠른 일정을 소화해 내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도 “사실상 남북 관계 복원 문턱을 상당히 낮춘 것”이라며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 유지를 강조한 만큼 우리 정부나 미국의 향후 언행 등 태도 변화를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센터장은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는 중국과의 협의가 중요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베이징 올림픽 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남북미중 차원 접근을 시도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북한 측 최근 담화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략무기 개발 기조가 뚜렷한 가운데 이른바 ‘적대시 정책’으로 주장하는 군사행동 견제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의 경고일 수 있다는 방향의 시선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일정 시점 국면 전환을 모색할 것으로 바라보면서 “북한이 추후 한국이 제안하는 대화를 수락할지가 일차적으로 북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요구 사항을 구체화하지 않고 성명, 담화를 통해 모호한 적대시 정책 철회만 계속 주장한다면 대화보다는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 센터장도 “적대시 정책 폐기가 한미 연합훈련의 완전 중단과 남측의 미국 첨단무기 도입 중단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 “유화 발언을 너무 확대 해석하거나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에 빠지는 건 부적절하다”고 봤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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