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유엔대사 “美 적대정책 철회하면 기꺼이 화답 준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8일 0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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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 AP뉴시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 AP뉴시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27일(현지 시간) “미국이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용단을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우리도 언제든지 기꺼이 화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현 미국 행정부는 적대시 의사가 없다는 걸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대사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장구하게 지속되고 있는 조선전쟁을 끝장내기를 바란다면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우리를 겨냥한 합동군사연습과 각종 전략무기 투입을 영구 중지하는 것으로부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포기 첫걸음을 떼야 할 것”이라며 “미국이 우리에 대한 위협을 그만둔다면 조미 관계와 북남 관계에서는 밝은 전망이 열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세상이 다 알다시피 우리의 전쟁 억지력 안에는 강력한 공격수단도 있지만 이런 수단들을 누굴 겨냥해 쓰고 싶지 않다”면서 “다시 말해 미국이나 남조선, 주변 국가들의 안정을 절대로 침해하거나 위태롭게 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김 대사의 이런 연설은 작년 총회 연설과 비교하면 한국이나 미국을 향해 매우 구체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목숨처럼 지켜 온 우리의 존엄을 팔 수 없다”며 핵포기를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한국이나 미국을 연설 내내 언급하지도 않았다.

김 대사는 이날 연설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서는 미국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시종일관 촉구했다. 그는 “조선반도가 항시적 긴장과 대립의 악순환에 벗어나지 못한 것은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있다”면서 “미국은 인민공화국 창건 첫날부터 우리를 적으로 대하면서 우리 자주권을 인정 안했고 인민이 채택한 사회주의 제도를 노골적 적대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은 우리에 대한 군사적 위협에서 가장 잘 표현된다”며 “남조선엔 3만 명의 미군이 수많은 군사기지에 주둔하며 언제든지 우리에 반대하는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는 항시적 전쟁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또 지난달 열린 한미연합훈련과 최근 한국의 첫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시험도 비난했다. 그는 “지난 8월 우리 정부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미국과 남조선이 강행한 훈련은 합동군사연습의 이름만 바꾼 철저한 공격적 성격의 전쟁연습이었다”며 “최근 남조선 당국이 미국의 묵인, 비호 하에 첨단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고 수많은 전쟁 장비를 남조선에 반입하는 것도 조선반도의 군사적 균형을 깨뜨리는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했다.

김 대사는 또 30년 전 북한이 유엔에 가입한 사실을 소개한 뒤 유엔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일부 대국들이 자기 이익과 우선권에 따라 국제관계를 마음대로 재단하는 정치적 도구가 아니다”며 “안보리가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을 비롯한 특정한 나라들의 무분별한 군비증강과 전쟁범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안 하면서 우리 공화국의 정정당당한 자위적 조치를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건 유엔이 국제공동체의 이익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집단의 안방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을 실증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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