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윤 전 총장이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은 이재명”이라며 직접 ‘이재명 때리기’에 나서자, 이 지사 측은 “(윤 전 총장 발언은) 극우 지지층의 속을 시원하게 해서 지지를 얻겠다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 지사는 28일 민간의 개발이익을 모두 환수하는 제도를 약속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반면 윤 전 총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지사가 설계한 대장동 사업은 ‘범죄적 설계’”라며 다시 한 번 맹공을 퍼부었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 아들의 퇴직금 50억 원 수수 논란으로 ‘대장동 전선’이 확대된 가운데 여야 대선 주자의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 李 “국민의힘은 국민의 짐, 도둑의 힘”
이 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포럼’(성공포럼)이 주최한 ‘개발이익환수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며 “이 나라의 국민 다수가 좌절하고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고통받는 것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특정 소수가 부당히 취득하는 망국병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발이익 공공환수가) 바로 우리나라가 불로소득 공화국을 벗어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민간업체인 화천대유 등이 수천억 원대의 이익을 가져간 것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개발이익을 모두 정부가 환수하는 안을 법제화하겠다고 승부수를 던진 것.
이 지사는 국민의힘을 “국민의 짐” “도둑의 힘”이라고 부르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 지사는 “앞뒤 모르고 천방지축 뛰고 있는데 본인이 판 구덩이에 곧 빠질 것”이라며 “공공개발을 막고 5년 동안 (사업을) 저지했던 게 어제의 국민의힘 당신들”이라고 했다. 또 국민의힘이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1호 대표 이한성 씨가 이화영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이라는 점을 근거로 자신과의 연관성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2015년에는 알지도 못한 이 전 의원의 보좌관을 했다고 저한테 엮나”라며 “(차라리) 같은 국적, 같은 이 씨(氏)라고 엮는 게 훨씬 빠를 듯하다”고 응수했다.
이재명 캠프 대변인인 전용기 의원도 이날 윤 전 총장을 향해 “검찰 출신은 검사복을 벗은 후에라도 언제든, 누구든 잡아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 보다”라고 비판했다. 27일 윤 전 총장이 페이스북에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은 이재명’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제가 대통령이 되면 대장동 같은 일은 없을 것이고 화천대유의 주인은 감옥에 갈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박이다.
○ 尹 “대장동 사업 구조는 ‘범죄적 설계’”
윤 전 총장은 이날 통화에서 “이 지사 본인이,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설계는 내가 했다’고 했다. 이 지사가 사인한 서류도 나왔다. (대장동 사업은) 시장이 안 하면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의혹의 ‘몸통’이 이 지사라는 점을 재차 분명히 한 것.
특히 윤 전 총장은 대장동 사업의 설계 자체가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 특별수사본부 설치와 특검 수사를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성남의뜰 지분의 ‘50%+1주’를 가져가면서 토지 강제 수용이 가능해졌는데, (정작) 분양가상한제는 안 걸리고 분양했다”며 “이런 식의 설계는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대놓고 구조를 짜놓은 사람들이 어디 있나. (이 방식을) 몰라서 못하는 사람은 없다. 특별한 노하우도 아니다. ‘범죄적 설계’이기 때문에 다들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또 이 지사를 겨냥해 “나도 웬만하면 같은 대선후보끼리 (직접적인 공격을) 안 하려고 했는데, 완전히 뭉개려는 것인가?”라며 “그렇게 하면 국가가 자멸한다. 그게 무슨 국가인가. 이 사건을 그냥 덮고 놔두면 (범죄) 교과서에 올라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대통령이 되면 대장동의 주인은 감옥에 갈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내가 언제 이 지사를 감옥에 보낸다고 했나. 그렇다면 이 지사가 화천대유의 실질적 주인이란 얘기인가?”라고 반문했다.
정의당도 가세했다. 여영국 대표는 전날 열린 대표단 회의에서 “대장동 의혹은 이재명에서 국민의힘으로 넘어간 것이 아니라 이재명에서 국민의힘으로 확대된 것”이라며 “대국민 사과 등 책임 있는 조치가 우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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