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IAEA 첫 한국인 의장 “北 우라늄농축 시설, 탐지·감시 어려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9일 15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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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64년 만 첫 한국인 의장 맡은 신재현 주오스트리아 대사 인터뷰
“北, 하루 빨리 핵사찰 받아야”
日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감시 기능 강화해야”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은 탐지나 감시가 힘들어 더 어려운 문제다.”

이달부터 1년간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신임 의장을 맡는 신재현 주오스트리아 대사는 28일 밤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최근 영변 핵시설 재가동 등에 나선 북핵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신 의장은 우라늄 농축 시설에 주목했다. “원자로에서 나온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것도 문제지만 우라늄 농축을 통해 고농축우라늄(HEU) 생산 시 IAEA조차 제대로 감시나 검증이 어렵다”고 지적한 것. 플루토늄과 HEU는 모두 핵무기 원료다. 우라늄 농축 시설의 경우 플루토늄 생산처럼 원자로 가동이 필요 없는 데다 은폐도 쉬워 운용 여부를 파악하기 힘들다. 신 의장도 이러한 측면에서 고충을 토로한 것이다. 최근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는 위성사진 분석 결과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HEU를 25%가량 더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시설을 확충했다고 밝혔다.

신 의장은 “북한 내 핵시설을 10년 넘게 직접 들여다보지 못해 갑갑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이어 “북한이 우선 핵시설 신고를 해야 한다”며 “이후 하루 빨리 IAEA가 현장에서 핵사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에 앞서 남북미 등 핵협상 주요국들이 대화를 통해 정치적 합의부터 해야 한다”고도 했다. 신 의장은 최근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북한이 전속력으로 핵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제가 직접 사무총장에게 발언의 의미를 확인했더니 ‘북한의 어느 활동을 특정한 건 아니고 우라늄 농축 등 여러 징후를 동시에 지칭한 것’이란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한국이 이사회 의장을 배출한 건 1957년 IAEA 창설 회원국으로 가입 후 처음이다. IAEA는 각국의 핵 검증·사찰과 원자력 안전 등을 논의·심의하는 핵 관련 최고 권위의 국제기구로 그 안에서 이사회는 35개국이 모여 주요 안건을 심의하고 총회에 권고하는 핵심 의사결정기구다. 유엔으로 치면 안전보장이사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

IAEA 의장국은 전 세계 8개 지역에서 돌아가며 맡는 것이 관례인데 우리가 속한 극동 지역에서는 그동안 일본만 일곱 차례 중 여섯 차례를 독점했다. 신 의장은 “일단 원자력 볼모지에서 세계 6번째 원자력 강국이 된 힘을 국제사회가 인정해 준 것”이라며 “의장국이 되기 위해 저는 물론 외교부가 전방위적으로 나서서 회원국 하나하나 설득 작업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임 첫날인 어제 단상에 오르니 우리나라가 60년 넘게 외교 전쟁 속에서 가난과 어려움을 극복한 여정이 떠올라 뭉클했다”고도 했다.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 북미국장 등을 지낸 신 의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외교정책비서관으로 발탁돼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에 깊숙이 관여했다. 신 의장은 “대한민국 외교관에게 북핵 문제는 하나의 숙명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우리 국민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인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해 신 의장은 단호한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이건 한일 간 문제가 아닌 지역을 넘어 세계 인류의 건강과 안전 보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IAEA가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안전성 검증 과정 등에 한국 등 이해당사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는 게 저는 물론 IAEA의 기조”라고 덧붙였다.

신 의장은 아르헨티나 출신인 그로시 사무총장과의 호흡도 자신했다. 그는 “그로시 사무총장이 2019년 취임하기 전 대사로 있을 때부터 저와는 주말에도 수시로 통화하는 등 각별한 관계였다”며 “북한, 이란 문제 등 다양한 이슈에서 서로 존중하고 말이 잘 통하는 사이”라고 했다.


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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