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외교부 “한일관계 미래지향적 발전 위해 협력”
내부적으론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사자임에 부담
日 자민당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합의 깼다” 인식
2015년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의 당사자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외무상이 다음달 초 일본 총리로 취임하면서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청와대는 29일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로 기시다 전 외무상이 선출된 것과 관련해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우리 정부는 새로 출범하게 될 일본 내각과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기시다 총재가 일본 총리로 공식 취임하는 다음달 4일에 맞춰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을 보낼 예정이다. 또 다른 청와대 참모는 “한일관계를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다”며 “한일 관계의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간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외교부는 이날 “새로 출범하게 될 일본 내각과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한일관계의 획기적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 관계자는 “기시다는 온건파에 속하지만 2015년 당시 외무상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끌어낸 주역”이라며 “자신의 유산을 번복하면서까지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국 요청을 들어주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했다고 일본 정부가 보고 있는 만큼 기시다 총리도 앙금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현 정부에 감정이 좋진 않을 것”이라며 “기시다 입장에선 한일 관계 개선이 가져다줄 정치적 인센티브도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풀 구체적 해법을 내놓지 않는 한일 관계도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시다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한국이 국제법 및 국제 합의부터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주일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외교통상부 차관은 “강제징용 문제로 일본 사회는 과거사 문제에 상당히 경직돼 있다”며 “우리 정부가 먼저 물밑에서 강제 징용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는 이상 기시다가 현재의 보수 노선을 쉽게 틀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선 기시다의 온건적 성향이 한일 관계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 전 차관은 “기시다 내각이 다가올 중의원 선거 등에서 좋은 결과를 거둔다면 아베 전 총리나 아소 다로 부총리 등의 그늘에서 벗어나 한일 관계에서 반전을 꾀할 여지는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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