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사실은 영남권과 무당층이 홍 의원으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홍 의원은 대구·경북(TK) 36.4%, 부산·울산·경남(PK) 38.9%로 윤 전 총장(TK 35.7%, PK 32.5%)을 최대 6.4%포인트(p) 격차로 앞섰다.
과거 성적표와 비교하면 ‘역전세’는 더 확연해진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달 21~22일 설문한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 지지율은 윤석열 48.2%, 홍준표 11.3%를 기록했다. 부산·울산·경남은 윤석열 32.8%, 홍준표 22.5%였다. 불과 한 달 만에 영남권 표심이 윤 전 총장에서 홍 의원으로 대거 돌아선 셈이다.
‘홍준표 돌풍’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에이스리서치가 KBS대구·영남일보 의뢰로 지난 25~26일 대구·경북지역 성인남녀 1002명을 상대로 ‘국민의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물은 결과, 윤 전 총장은 45.7%, 홍 의원은 26.8%로 집계됐다.
에이스리서치가 7월 벌인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40.8%, 홍 의원은 10.9%를 기록했다. 두 달 사이 윤 전 총장은 지지율이 4.9%p 오른 반면, 홍 의원은 무려 15.9%p 급반등하며 TK 민심을 빠르게 흡수하는 모양새다.
‘숨은 표심’으로 불리는 무당층이 홍 의원을 지지하기 시작한 것도 특이점이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의 8월3주차 ‘보수야권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무당층 지지율은 윤석열 23.2%, 홍준표 17.4%였다.
그러나 9월4주차 조사에서는 홍준표 30.5%, 윤석열 19.6%로 지지율 순위가 역전됐다. 특히 홍 의원은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무당층 지지율 20.8%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여야 대권주자 중 무당층 지지율이 20%를 돌파한 것은 그가 유일하다.
홍준표 돌풍의 기세가 이어질 경우 야권 지지율이 홍 의원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신(新) 대세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차기 대선은 ‘인물 선거’보다는 ‘이념 선거’ 성격이 짙기 때문에 통상의 대선보다 지지율 변동성이 크다는 분석에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번 대선은 상당히 언스테이블(불안정한)하다는 점이 특징적인 대선”이라며 “주류가 비주류를 쫓아가는 양상이 나타나고, 지지율이 탄력적으로 변화한다. 선거일 1년 전에 대세를 잡은 후보가 대통령이 됐던 과거 사례와는 전혀 다른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당원 투표가 일반 여론조사와 동조되는 현상도 변수다. 보수진영뿐만 아니라 중도확장성까지 갖춘 후보에게 당원들이 전략적 투표를 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진보층과 중도층, 청년층에서 높은 지지율을 확보한 홍 의원이 반등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4·7 재보궐선거와 6·11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국민의힘 당원 투표가 이전과는 다른 흐름이 생겨났다”며 “2030세대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 후보에게 당원들이 전략적으로 투표하는 경향이 생겼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준석 대표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분석했다.
‘윤석열 리스크’가 연일 고조된 점도 홍 의원의 지지율 반등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윤 전 총장은 ‘고발사주’ 의혹에 이어 이번에는 부친의 화천대유 관련 부동산 거래 의혹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가족 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홍 의원은 이를 겨냥하듯 지난 28일 TV토론회에서 “본선에 가면 없는 사실도 만들어서 뒤집어 씌우는 네거티브 대선이 시작된다”며 “온갖 비리와 의혹에 휩싸인 후보보다는 흠 없고 능력 있는 홍준표가 나가는 것이 어떤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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