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日과 미래 관계 협력” 밝혔지만… 과거사 해법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30일 20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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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새 일본 총리에 취임하는 자민당 총재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외상이 선출되면서 임기 말 한일관계 복원을 위해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기시다 총재는 일본 자민당 내에서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온건파로 분류된다. 하지만 한일 갈등의 원인인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에서는 아베 신조 전 총리,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마찬가지로 “한국이 먼저 해결책을 가져와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30일 기시다 총재 선출에 대해 “우리 정부는 새로 출범하게 될 일본 내각과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재차 내놓았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기시다 총재가 결국 아베 전 총리의 노선을 따를 수밖에 없는 만큼 한일관계가 당장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청와대는 특히 기시다 총재가 외상이던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를 주도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본인이 주도한 합의를 부정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것. 실제 그는 지난달 24일 자민당 총재 토론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은 한국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법원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위해 압류해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 매각명령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위한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를 한일관계의 ‘레드 라인’으로 주장하고 있다.

기시다 총재가 외상으로 재임할 당시 위안부 합의를 함께 이끌어낸 유흥수 전 주일대사는 본보와 통화에서 “기시다 총재나 일본 정부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징용공 재판 문제”라며 “강제집행 되는 것을 막고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일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 전 대사는 “같이 선거에 나왔던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담당상이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 등 다른 어떤 사람보다도 기시다 총재가 선출된 게 한일관계 측면에서는 좋다”면서 “한일관계를 잘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한국 입장을 경청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모멘텀이 만들어지면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도했다.

관건은 시간이다. 문 대통령 임기가 7개월 남은 시점에서 한일관계에 획기적 진전의 돌파구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이 11월 중의원 선거, 내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기시다 총재가 당분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과 경기 부양 등 국내 현안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청와대 참모는 “단기간에 한일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보다는 꾸준히 외교적 대화를 해 나갈 수밖에 없다”며 “스가 총리와 달리 임기가 보장된 만큼 오히려 연속성 있게 대화해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4일 기시다 총재가 공식적으로 총리에 취임하면 문 대통령의 축전을 비롯해 정상 통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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