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지난달 방미 중 발언이 계속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 장관은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에 좀 더 구체적인 유인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이전에 실시한 인터뷰라 해도 무력시위와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의 최근 행태를 도외시한 채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과도 다른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WP 보도에 따르면 인터뷰 당시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이던 정 장관은 “북한이 북미회담 교착 상태를 미사일 및 핵능력 향상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며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세부적인 인센티브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북한과의 협상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로는 양측 간 불신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북한이 자초한 고립을 들었다. 이어 “불신은 단번에 극복될 수 없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한국전 종전선언처럼 협상 테이블에서 북한에 제시할 구체적인 조건을 밝혀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정 장관은 인터뷰 전날인 지난달 22일 미국외교협회(CFR) 대담에서도 “우리는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일에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 제재 완화나 해제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특히 미국이 비판하는 중국의 공세적 외교에 대해 “중국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견제정책을 본격화하는 시점에 한국 외교 수장이 미국에서 중국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점 때문에 상당한 논란을 야기했다.
반면 미 고위 당국자는 WP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북한의 반응이 부족했기 때문에 협상이 교착됐다”며 정 장관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북한과 진지하고도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하며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 북한과 논의를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내놨지만 북한으로부터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WP는 정 장관의 인터뷰 발언이 김 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적대 정책을 비난하며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나왔으며, 인터뷰 며칠 후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발사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임에도 한국이 비핵화 진전을 거의 보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열망이 극도로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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