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TV토론에 나올 당시 손바닥에 ‘왕(王) 자’를 쓴 것을 놓고 여야 주자들이 윤 전 총장에게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6, 28일과 이달 1일 3~5차 당 대선 경선 TV토론회에서 3차례 임금을 뜻하는 ‘왕’자를 왼쪽 손바닥에 쓰고 나온 장면이 포착돼 2일부터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주자들은 “경선에 웬 주술과 미신이 등장하느냐”며 비판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도 “대통령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왕이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사람임을 명심하라”고 날을 세웠다. 윤 전 총장은 “지지자가 응원의 뜻으로 써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 洪 “부적 선거” vs 尹 “음해 공격”
윤 전 총장과 당 경선 1, 2위를 다투고 있는 홍준표 의원은 2, 3일 페이스북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을 시켜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허무맹랑한 소문 하나로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다”며 “1일 1망언으로 정치의 격을 떨어트리더니 다음 토론 때는 부적을 몸에 차고 나오는 거냐”고 꼬집었다. “점으로 박사학위를 받는 것도 처음 봤고, 무속인을 끼고 경선에 나서는 것도 처음 봤다”며 “정치의 격을 떨어트리는 유치한 행동이다. 부적 선거는 포기하라”고도 썼다.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가 ‘운세 콘텐츠’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것과 윤 전 총장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날 때 역술인이 동석한 점을 함께 겨냥한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미신을 믿는 후보, 끝없는 의혹에 휩싸인 후보, 걸핏하면 막말로 보수의 품격을 떨어트리는 후보로 본선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며 “무당층을 공략하라고 했더니 엉뚱한 짓을 한다는 비아냥이 퍼진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캠프 권성주 대변인은 “3차 토론회부터 새겼음이 금방(2일) 알려졌는데 (캠프) 참모들은 입을 맞춘 듯 ‘5차 토론회 가기 전 지지자가 쓴 것이고 앞 토론회엔 없었다’며 거짓말을 했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토론 잘 하라는 지지자의 응원 메시지”라며 “기세 있게 가서 자신감 갖고 토론하란 뜻으로 생각했다”며 “지지자의 응원도 좋지만 신경을 써서 지우고 가는 게 맞지 않았나 한다. 깊이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술 운운하는 분들이 있는데 세상에 부적을 손바닥에 펜으로 쓰는 것도 있느냐”고 반문하며 “어떤 분은 속옷까지 빨간색으로 입고 다닌다고 소문 난 분도 있다. 이런 걸로 음해하고 공격하는 건 정치 수준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역공에 나섰다. 빨간색을 선호해온 홍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앞서 윤석열 캠프는 ‘王자 논란’에 대해 “후보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할머니 열성 지지자가 힘내라고 써준 것”이라고 했다.
● 與 “최순실 시대로 돌아가는 건가”
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3일 경기지역 공약 발표 후 기자들을 만나 “윤 후보가 (야권 후보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王’자를 그린 걸 보니 안 될 것 같다. 왜 그런 걸 그리고 다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전날에도 “인터넷 댓글 중에 ‘무당층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쓰여 있기에 무슨 상관이 있는지 생각해보니 ‘무당(巫堂)층’이었다”고 비꼬았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이날 “대통령을 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술에 의거한 것인지, ‘王’자를 써서 부적처럼 들고 나오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다 최순실 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소영 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외신들이 ‘한국판 라스푸틴(제정 러시아를 몰락시킨 괴승) 사태’라고 비난했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향수냐”고 꼬집었다. 정의당 대선 주자인 심상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 손바닥에 글자를 적겠다면 왕자 대신 민(民)자를 권한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