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키맨’으로 지목되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의 구속에 대해 “불미한 일에 연루된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처음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다만 유 전 사장 직무대리가 자신의 측근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측근의 기준이 뭐냐. 무리하게 엮지 말라”고 재차 선을 그었다. 야권의 사퇴 요구에 대해서도 “한국전력 직원이 뇌물 받으면 대통령이 사퇴하느냐”며 “직원의 개인적 일탈에 대해 사퇴하면 대한민국 모든 단체의 공직자가 다 사퇴해야 한다”고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 날 선 단어들로 방어막 친 이재명
이 지사는 4일 서울지역 공약 발표 기자간담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전날 구속된 유 전 사장 직무대리와 관련해 발언을 자청해 30분 넘게 해명을 이어갔다. 이날 이 지사의 발언에선 ‘마귀’ ‘도둑’ ‘9·11테러’ 등 날 선 강경 발언들이 대거 쏟아져 또 한번 눈길을 끌었다.
이날 그는 “성남시 공무원과 산하기관 임직원에 대한 관리 책임은 당시 성남시장이던 제게 있는 게 맞다”며 “(비리가 있는지) 살피고 또 살폈지만 그래도 부족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성남시장부터 지금까지 공직사회를 향해 항상 ‘부패지옥 청렴천국, 부패즉사 청렴영생’을 강조했다”며 “월례조회 간부회의 때도 ‘돈이 마귀다. 이 마귀가 천사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그땐 그 마귀의 노예가 된다’고 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책임론 및 사퇴 가능성은 단번에 일축했다. ‘대장동 특혜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할 생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지사는 “대장동 사업은 (민간기업에) 특혜를 준 게 아니라 특혜를 해소한 것”이라며 “제가 사과할 일이 아니라 칭찬받아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이상하게 써서 국민을 선동에 놀아나는 바보로 알지만 국민이 바보가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이 지사는 이날 “노벨이 화약을 발명 설계했다고 알카에다의 9·11테러를 설계한 게 될 수 없다” “도둑이 경비원 보고 도둑 왜 완벽히 못 막았냐고 비난하는 건 적반하장”이라는 등 자신을 향한 ‘책임론’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가 이날 첫 유감 표명을 하고 나선 것에 대해 본선을 코앞에 두고 터진 대형 리스크를 야권을 향한 공세로 맞받아치려는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이 당내 경선에서는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지며 상당한 효과를 거뒀지만 본선에서도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여권 관계자는 “2차 선거인단 투표율이 1차 때보다 낮아졌고 이 지사 지지율도 여전히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지사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 김기현 “이재명, 유동규와 정치경제 공동체”
국민의힘과 야권 대선 주자들은 유 전 사장 직무대리 구속과 관련해 이 지사에 대한 집중 포화를 쏟아내며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지사가 여러 방법으로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지사를 향해 “아무리 발뺌하려 해도 (유 전 사장 직무대리와) 정치경제 공동체로 볼 수밖에 없다”며 “‘대장동 게이트’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모든 공직은 물론이고 대선 후보직에서도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가 한전 직원이 뇌물을 받으면 대통령이 사퇴하느냐는 해괴한 논리를 폈는데 일은 사장이 시켰는데 직원을 구속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 지사가 ‘한전 직원이 뇌물 받으면 대통령이 사퇴하느냐’고 반박한 것에 대해 “한전 직원이 몇 푼 뇌물 받은 거라면 평범한 보통 시민들이 이렇게 박탈감을 느끼고 화가 났겠느냐”고 꼬집었다.
야권 대선 주자들도 공세 수위를 높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날 부산에서 “성남 대장동에서 악취가 스멀스멀 난다”며 “이 지사 본인이 직접 형사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날 네 차례 관련 논평을 낸 윤석열 캠프는 이 지사를 향해 “수천억 원의 배임 액수에 비춰 무기징역을 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무기징역’ 언급에 이재명 캠프 정진욱 대변인은 “헛소리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정도가 너무 심각하다”며 “명백한 허위 주장을 유포하는 윤 전 총장 캠프에 대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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