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일 참모진들에게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언급한데 이어 청와대가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며 처음 입장을 밝히면서 배경이 주목된다. 이번 주말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경선 결선 투표 여부를 결정할 수도권 경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시점이 미묘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가 확대되고 관련 인물이 구속되는 등 국민적 분노가 커지는 상황에서 침묵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국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아무리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라고 하더라도 청와대가 국민 정서에 공감하는 입장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며 “결국 부동산의 문제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고 그 결과는 예단할 수 없지만 현 시점에서 매일 언론에 보도되는 천문학적 금액을 보면서 국민들이 느낄 허탈감, 좌절감 등을 고려해 입장을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국민적 분노가 큰 부동산 개발비리와 관련 있음을 내세운 것.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4·7 재·보궐 선거에서 여권에 악재로 작용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처럼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참모진들로부터 대장동 사건 관련 보고를 받고 “사안이 엄중한 것 같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같은 메시지를 외부에 공개할 경우 정치 개입 논란으로 불거질 수 있다는 의견이 청와대 내부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메시지 공개 여부를 놓고 참모진들 간 의견 대립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청와대가 돌연 이날 입장을 밝힌 데는 이 지사 측근 여부로 논란인 핵심 인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구속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날 국민적 분노를 언급한 게기에 청와대가 정치적 여파를 고려해 원론적인 메시지를 냈다는 것.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 운영의 총 책임자로서 수사 상황을 외면할 수는 없다”며 “수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정치적인 고려 없이 원칙적으로 처리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입장에 대한 이재명, 이낙연 캠프의 반응은 미묘하게 갈렸다. 이재명 캠프 측은 “이 지사가 부하직원의 일탈에 대해 관리책임을 느낀다는 사과 표현은 이미 했다”며 “수사로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일”이라고만 했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엄중하다는 청와대 입장은 이낙연 후보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고 결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대장동 게이트의 그림자가 갈수록 짙게 드러나고 있다”며 “그런 인사(유동규)와 행정(대장동)을 했던 후보가 국정을 잘 운영하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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