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본경선 진출자 발표를 이틀 앞둔 국민의힘에서는 선두권만큼이나 치열한 4위 다툼이 경선 흥행 요소로 떠올랐다.
최근 여론조사상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이 뚜렷한 양강을 형성하고 있고 유승민 전 의원은 안정적인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본경선에 진출할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해 ‘1위보다 4위가 더 궁금하다’는 말이 국민의힘 안팎에서 나올 정도다.
특히 4위 경쟁을 벌이는 후보들이 전반적으로 인지도는 높으면서도 각자의 색깔이 뚜렷하게 달라 결과가 주목된다. 당 관계자는 “(이들이) 소구력을 가질 수 있는 층이 명백히 다르다”라고 했다.
여론조사 회사 케이스탯리서치가 경향신문 의뢰로 지난 3~4일 진행해 6일 발표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황교안 전 대표는 2.5%,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2.2%, 최재형 전 감사원장 1.5%, 하태경 의원 0.9% 지지율을 기록해 소수점 격차를 보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응답을 따로 집계해보면 황 전 대표와 최 전 원장이 나란히 2.8%, 원 전 지사가 2.1%를 기록하는 등 전체 지지율 순위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였다. 책임당원 선거인단 투표를 30%, 전국민 여론조사를 70% 반영하는 이번 2차 컷오프 결과가 예측하기 힘든 이유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우선 ‘신입당원’으로 높은 관심을 받았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 점을 자신의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기성 정치권 문법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기존 캠프를 사실상 해체해 의사결정 구조를 간소화한 최 전 원장은 가덕도 신공항과 현행 상속세의 문제점을 과감하게 지적했다.
그러나 낮은 인지도는 고민거리다. 정치권에 처음 발을 들인 인물로서 윤 전 총장과 달리 굵직한 논란 거리가 없었던 점은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최근 노동운동 대부로 꼽히는 장기표 전 경선 후보의 지지선언으로 노동계 표심을 끌어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황교안 전 대표는 홍준표 의원과 함께 가장 뚜렷한 존재감 상승세를 그리는 후보다. TV토론에서 매번 4·15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언급하며 다른 주자들의 의견을 구하는 황 전 대표는 민경욱 전 의원과 함께 보수 지지층을 단단하게 결집하고 있다. 지지율 1~3위를 제외한 후보들의 캠프 대부분이 황 전 대표를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는다는 점은 집토끼 위력이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번 경선을 계기로 부정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운 황 전 대표지만 본경선에 진출하면 지금처럼 부정선거 이슈에 올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 지지층 외연확장에는 결코 유리할 것이 없다는 점을 황 전 대표도 인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준비가 잘된 후보’를 자처하는 원희룡 전 지사는 TV토론마다 다른 후보의 정책 공약을 날카롭게 검증하는 한편 자신의 공약에는 막힘없이 방어하는 경륜을 보였다. 특히 원 전 지사는 토론에서는 대장동 의혹 같은 굵직한 이슈를 파고드는 한편 캠프는 현안에 가장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후보와 캠프의 이런 보완적 관계가 탁월한 이슈 대응 능력을 낳았다는 평가다.
다만 화제성 면에서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미미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유튜브에서 각종 부캐(副캐릭터)를 연기하면서 MZ세대를 노렸지만 기대했던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이른바 ‘녹취록’ 갈등 국면에서 급상승했던 존재감이 이후 유지되지 못한 채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잦은 방송 출연으로 인지도를 쌓은 하태경 의원은 6차례 TV토론에서 특유의 공격적인 모습을 가장 잘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1,2차 토론에서 ‘스트롱맨’ 이미지가 강한 홍준표 의원을 강하게 몰아붙인 유일한 후보였다. 또 “부정선거 음모론에 놀아나는 정당은 정권교체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황 전 대표와 유일하게 맞섰다.
그러나 당원투표 비중이 높아진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입장은 ‘양날의 검’일 수 있다.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를 보면 하 의원은 4위권에 있는 다른 세 명의 후보들보다 지지율에서 약간 뒤쳐져 있다. 앞서 언급된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듯 하 의원의 ‘마이웨이’ 소신이 당심(黨心)을 사로잡는 데는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2차 컷오프 당원투표 첫날인 이날 투표율 38.77%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당은 오는 7일 ARS투표를 진행한 뒤 8일 본경선 진출자 4명을 발표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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