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의혹]
鄭 “유씨, 돈 뺄 방법 찾고있다고 해”… 金 변호인 “녹취록은 거짓말한것”
유원홀딩스로 넘어간 돈 35억, 정민용 “비료사업 투자 받아” 주장
檢, 유동규 몫 배당금 가능성 무게
“유원홀딩스가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로부터 20억 원을 받았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는 9일 검찰에 제출한 A4용지 20장 분량의 자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 변호사는 대학 선배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의 추천으로 2014년 11월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했다. 그는 2015년 유동규 전 성남 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수감 중)의 지시를 받고, 화천대유 측 컨소시엄을 대장동 개발의 민간사업자로 선정했다. 정 변호사는 퇴직 후 유 전 사장 직무대리와 함께 ‘유원홀딩스’를 세웠는데, 이 업체를 통해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의 자금을 받았다고 인정한 것이다.
○ 정영학 이어 정민용, 자술서 제출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 변호사는 자술서에서 천화동인 4호로부터 투자받은 경위를 상세하게 설명했다고 한다. 유 전 사장 직무대리로부터 지난해 하반기 “경기관광공사가 경기도의 골프장을 관리한다. 퇴직 후 이 업체들에 비료를 납품하자”는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이후 남 변호사로부터 20억 원을 유원홀딩스로 투자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천화동인 4호에서 유원홀딩스 쪽으로 두 차례에 걸쳐 20억 원과 15억 원씩 총 35억 원이 흘러간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최근 천화동인 4호의 서울 강남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관련 거래내역을 확보한 뒤 10일 정 변호사를 다시 불러 천화동인 4호로부터 35억 원을 받은 경위 등을 다시 조사했다.
검찰은 유 전 사장 직무대리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받기로 약속한 대장동 개발 이익의 25%(약 700억 원) 중 일부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 추적을 어렵게 하기 위해 ‘천화동인 4호’를 끼워 넣어 투자 형식으로 위장했다는 것이다.
천화동인 4호에서 유원홀딩스로 전달된 돈은 실제 비료 납품 사업에 쓰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원홀딩스의 ‘유원’은 유 전 사장 직무대리의 ‘영문 성(姓·Yoo)’과 가장 지위가 높은 직원을 일컫는 숫자(One)를 합쳐서 성남개발공사 직원들이 유 전 사장 직무대리를 부르던 별칭이다.
검찰은 유원홀딩스가 올 1월 20일 돌연 회사 정관을 변경하면서 법인 설립 목적으로 ‘부동산 공급 매매 임대업’ ‘부동산 개발 컨설팅’을 추가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유 전 사장 직무대리가 화천대유로부터 약속받은 배당금을 빼돌리기 위해 유원홀딩스를 세웠다고 보고 있는 검찰은 올 1월 20일 이후 천화동인 1∼7호에서 유원홀딩스로 투자된 자금이 더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 ‘천화동인 1호 소유주’는 유동규, 김만배, 제3자?
검찰은 대장동 개발 사업으로 총 1208억 원의 배당을 받은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자술서에서 “유 전 사장 직무대리로부터 ‘내가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유 전 사장 직무대리에게 회삿돈 11억8000만 원을 빌려주면서 “어떻게 갚을 것이냐”고 물었는데 유 전 사장 직무대리가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고, 차명으로 맡긴 것이다. 돈을 뺄 방법을 찾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천화동인 5호’의 실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는 김 씨가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 아닌 것을 다들 알지 않느냐. 절반은 그분 것이다”라고 말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다만 녹취록에도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구체적인 실명은 거론되지 않는다.
김 씨의 변호인은 9일 “정 회계사가 녹취하는 것을 알고 일부러 허위 사실을 포함한 것”이라며 “천화동인 1호는 김 씨 소유로 그 배당금을 누구와 나눌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 변호사가 천화동인 1호 전체가 유 전 사장 직무 대리의 것이라는 자술서를 뒤늦게 제출한 배경 등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녹취록에 허위 사실을 포함시켰다는 김 씨 측 주장도 신빙성이 낮아 검찰은 천화동인 1호의 진짜 주인이 제3자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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