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 계속되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이낙연측 “중도층 본선 우려 폭발”
이재명측 “강력한 예방주사 맞은것”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승리했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28 대 62’의 후폭풍이 계속됐다. 24만8880명이 참여한 3차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후보는 28.30%(7만441표)를, 이낙연 전 대표는 62.37%(15만5220표)를 각각 얻었다. 여권 관계자는 “더블스코어가 넘는 3차 선거인단의 격차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내년 3월 9일 대선 본선 전략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 “예방주사 맞은 것” vs “불안 심리 폭발”
민주당은 이번 경선에서 세 차례에 걸친 ‘슈퍼위크’를 포함시켰다. 민주당원뿐만 아니라 일반 유권자들을 참여시켜 국민 대표성을 높인 후보를 뽑는다는 취지였다. 1∼3차 선거인단은 세 차례에 걸쳐 투표를 실시했고 3차 선거인단 투표는 6일부터 10일까지 이뤄졌다. 이 후보의 ‘옛 측근’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3일 구속된 이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정점으로 치닫던 시점이었다.
이 전 대표 측은 11일 “‘대장동 의혹’에 대한 표심 말고는 3차 선거인단 결과가 설명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검찰의 대장동 의혹 수사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과연 이 후보로 본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폭발한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가 경선 기간 내내 강조해온 ‘불안한 후보’ 주장에 일반 유권자들이 응답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 후보 측은 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대해 강성 친문(친문재인) 결집, 야당 지지자들의 역(逆)선택, 조직 동원력 부족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결과에 캠프도 크게 놀란 것이 사실”이라며 “대장동 사건이 강성 친문 표심 이탈은 물론이고 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부른 것 같다”고 했다. 이재명 캠프에서는 “본선을 앞두고 강한 예방주사를 맞았으니 더 겸손한 자세로 본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 “親민주당 유권자들이 강한 경고 보낸 것”
이재명 캠프와 이낙연 캠프 모두 “1, 2차 선거인단은 대대적인 조직 동원이 있었지만 3차는 다르다”고 본다. 민주당 관계자도 “양 캠프 모두 1, 2차에 모든 조직표를 끌어모았기 때문에 자연히 3차 선거인단은 규모도 줄었고, 당원을 넘어 중도층을 포함한 일반 국민이 상당수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선거인단 규모는 1차 64만 명, 2차 49만 명, 3차 30만 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1차 선거인단에서 77.37%였던 투표율은 2차에서 59% 수준으로 내려갔다가 3차에서 81.39%까지 치솟았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30만 명 이상이 참여해 80% 이상의 투표율을 기록한다는 건 단순한 조직 동원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수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여당에 우호적인 중도층이 굉장히 큰 경고장을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 전문위원은 “3차 선거인단은 당원은 아니지만 경선에 자발적으로 신청해 참여한, 상당히 친(親)민주당 성향의 정치 관여도가 높은 집단”이라며 “민주당이 대선에서 반드시 잡아야 하는 유권자층에서 강한 경고 신호가 들어왔으니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 宋 “李, 지사직 하루속히 정리해야”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이날 이 후보에게 “하루속히 경기도지사직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대선을 준비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런 위기감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과 20일 예정된 경기도 국정감사 전에 이 후보가 지사직을 내려놔 ‘대장동 의혹’에 대한 야당의 공세에서 비켜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전날 후보 수락 연설에서 대장동 의혹을 ‘국민의힘 화천대유 게이트’라 규정하며 목소리를 높였던 이 후보도 이날부터는 대장동 관련 언급을 자제했다. 이 후보는 송 대표와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불로소득은 공공이 환수하는 제도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이날 대장동, 화천대유 등은 한 번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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