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경선을 둘러싼 후폭풍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은 12일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두고 검경에 ‘신속 철저 수사’를 지시한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에 술렁였다. 결선투표를 요구하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이재명 후보를 향한 공격의 명분으로 삼았던 ‘대장동 의혹’을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기 때문이다.
○ 靑 “지난달에도 철저 수사 메시지 검토”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회의에서 대장동 의혹에 대한 언론 보도 등을 보고받은 뒤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지시했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대장동 의혹이 불거질 당시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는 메시지를 발표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일부 참모들은 “청와대의 경선 개입 논란이 일 수 있다”며 만류했고, 문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날 문 대통령의 비공개 참모회의 발언을 공개하는 것을 두고도 일부 참모들은 재차 “경선 후폭풍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이라며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가 대장동 개발 의혹에 휘말린 상태에서 문 대통령이 원칙론이라도 ‘철저한 수사’를 언급하는 자체가 이 후보에게 잠재적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발표를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캠프는 이날 별도의 입장 표명 없이 대통령 발언의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여전히 일부 참모들은 만류를 했지만 대장동 관련 인물들이 구속되고 소환되는 등 실체가 점점 드러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고자 하는 뜻이 확고했던 것으로 안다”며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문제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3월), 공군 성폭력 피해자 사망 사건(6월) 등에 대해 엄정 수사를 당부한 바 있다. 여권에서는 “모두 국민적 공분이 큰 사건들이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대장동 의혹에 대한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 “문 대통령, 곧 이재명 후보와 회동”
청와대는 “정치적인 상황과 관계없는 메시지”라고 했지만, 여권은 문 대통령이 미묘한 시점에 두 차례나 메시지를 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며 청와대가 대장동 의혹 관련 첫 메시지를 낸 5일은 민주당 경선의 마지막 무대인 3차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투표(6∼10일)를 앞둔 시점이었다. 여권에서 ‘28 대 62 쇼크’로 불리는 3차 선거인단 투표는 이 전 대표의 압승이었다. 그리고 이날 두 번째 메시지는 민주당의 경선 여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한 청와대 참모는 “이미 민주당 경선은 끝났고 대통령의 메시지가 표심에 영향을 줄 것도 없다”며 “국정 책임자로서 국민 분노에 공감하며 원칙적인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날 메시지에서 “‘철저’는 한 번 들어갔지만, (유사한 의미인) ‘신속’과 ‘조속’이라는 표현이 두 번 나온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장동 의혹 장기화는 여권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진상 규명과 함께 빠른 수사를 촉구했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는 것.
청와대는 조만간 문 대통령이 이 후보와 회동한다는 것도 함께 공개했다. “대장동 의혹 수사 지시가 이 후보와 이 전 대표 중 특정인의 손을 들어준 건 아니다”는 취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후보 측에서 최근 (문 대통령과의) 면담 요청이 있었고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곧 이 후보가 여당의 공식 후보 자격으로 문 대통령과 만날 것이라는 뜻이다.
이를 두고 야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등은 이날 “선거 중립을 지키라”며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해놓고, 이재명 지사를 만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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