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이재명 엄호에 이낙연 “경선 수용”…‘원팀’ 갈 길 먼 민주당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3일 19시 52분


경선 무효표 논란 사흘만에 봉합

사진 뉴시스
사진 뉴시스
대선 경선 무효표 처리를 놓고 내홍을 겪은 더불어민주당이 13일 당무위원회 끝에 이재명 후보 선출 결정을 재확인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경선 종료 사흘만에야 당내 갈등은 일단 봉합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원팀’ 구성이 순탄할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일부 이 전 지지자들은 민주당 경선 결과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예고했고, 송영길 대표는 “거의 일베(일간베스트·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수준”이라며 이 전 대표 측 열성 지지자들을 비판하는 등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 당청 엄호에 이낙연 “경선 수용”


이 전 대표가 이날 당무위 결과가 나온지 두 시간여 만에 “경선 결과를 수용한다”고 밝힌 데에는 이 후보를 엄호하는 당 안팎의 분위기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송 대표는 이 전 대표 측의 무효표 처리 이의제기에 대해 “우리 당은 이 후보를 20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 발표했다”(11일), “(이 전 대표 측이) 정치적으로 승복해야 될 상황”(12일) 등 줄곧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청와대가 경선 직후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 후보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위기다. 김두관 의원에 이어 대선 경선을 함께 완주한 박용진 의원도 13일 이 전 대표에게 경선 결과를 수용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 전 대표가 ‘고립무원’의 상황이 됐다는 것.

이 전 대표가 당무위 결과를 수용한다는 의사를 밝힌 직후 송 대표와 이 후보는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다. 송 대표는 페이스북에 “결단을 존중하며 환영한다”며 “대승적 결단이란 의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셨다”고 밝혔다. 이 후보도 페이스북에 “잡아주신 손 꼭 잡고 함께 가겠다”며 “경선을 치르며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것들은 다 털어버리고 4기 민주정부 창출을 위해 다 같이 주인공이 되어 뛰자”고 적었다.

● ‘원팀’까지 갈 길 멀어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이 전 대표 측과 이 후보 측이 여러 번 충돌을 반복해 온 탓에 ‘원팀’ 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낙연 캠프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 의원은 이날 당무위가 열리기 직전에도 페이스북에 “안타깝게도 대장동 게이트가 ‘국민의힘 책임’이라는 데 동의하시는 국민들보다는, ‘이재명 지사의 책임’이라는 데 동의하시는 국민들이 더 많다”고 적었다. 이날 신동근 의원도 3차 선거인단 결과를 두고 의구심을 제기한 이 후보 측을 향해 “나에게 일하나면 당연한데 당신에게 일어난 것은 이상하다는 식의 독선적 허위의식”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이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은 지도부를 비롯한 당무위 참석자 전원에게 ‘문자 폭탄’을 보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를 겨냥한 비판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가공해서 악의적 비난을 퍼붓는 것”이라며 “일베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가 28.30%, 이 전 대표가 62.37%를 얻은 3차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대해서도 “이렇게 큰 차이가 난 것은 이상한 일이다”고도 했다.

이 전 대표도 이 같은 갈등을 의식한 듯 입장문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 달라”며 “동지 그 누구에 대해서도 모멸하거나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이 전 대표는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숙고하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적으면서도 ‘원팀’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당내 선거대책위원회 합류 등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당분간은 지역을 돌며 지지자들을 만나 감사의 마음을 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낙연 캠프 소속 한 의원은 “당에서 선대위 관련 요청을 해 온 것도 아니고, 아직 선대위를 언급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