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경선 무효표 처리를 놓고 내홍을 겪은 더불어민주당이 13일 당무위원회 끝에 이재명 후보 선출 결정을 재확인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경선 종료 사흘 만에야 당내 갈등은 일단 봉합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원팀’ 구성이 순탄할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 전 대표의 일부 지지자들이 민주당 경선 결과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한 가운데 송영길 대표는 “거의 일베(일간베스트·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수준”이라며 열성 지지자들을 비판하는 등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 당 지도부 압박에 이낙연 “경선 수용”
이 전 대표가 이날 당무위 결과가 나온 지 두 시간여 만에 “경선 결과를 수용한다”고 밝힌 데는 이 후보를 엄호하는 당 안팎의 분위기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 대표는 이 전 대표 측의 무효표 처리 이의 제기에 대해 “우리 당은 이 후보를 20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 발표했다”(11일), “(이 전 대표 측이) 정치적으로 승복해야 될 상황”(12일) 등 줄곧 강경한 태도를 보여 왔다. 청와대가 경선 직후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 후보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위기다. 김두관 의원에 이어 대선 경선을 함께 완주한 박용진 의원도 13일 이 전 대표에게 경선 결과를 수용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 전 대표가 ‘고립무원’의 상황이 됐다는 것.
이 전 대표가 당무위 결과를 수용한다는 의사를 밝힌 직후 송 대표와 이 후보는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다. 송 대표는 페이스북에 “결단을 존중하며 환영한다”면서 “대승적 결단이란 의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셨다”고 밝혔다. 이 후보도 페이스북에 “잡아주신 손 꼭 잡고 함께 가겠다”며 “경선을 치르며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것들은 다 털어버리고 4기 민주정부 창출을 위해 다 같이 주인공이 되어 뛰자”고 적었다.
○ ‘원팀’까지 갈 길 멀어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이 전 대표 측과 이 후보 측이 여러 번 충돌을 반복해온 탓에 ‘원팀’ 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낙연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 의원은 이날 당무위가 열리기 직전에도 페이스북에 “안타깝게도 대장동 게이트가 ‘국민의힘 책임’이라는 데 동의하시는 국민들보다는 ‘이재명 지사의 책임’이라는 데 동의하시는 국민들이 더 많다”고 적었다. 이낙연 캠프도 3차 선거인단 결과를 두고 의구심을 제기한 이 후보 측을 겨냥해 이날 논평을 내고 “본인들에게 유리하면 ‘민심’이고 불리하면 ‘도깨비’ 장난이냐”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은 지도부를 비롯한 당무위 참석자 전원에게 ‘문자폭탄’을 보냈다고 한다.
이 같은 지지층의 반발에 대해 송 대표는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가공해서 악의적 비난을 퍼붓는 것”이라며 “일베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28.30%, 이 전 대표가 62.37%를 얻은 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대해서도 “이렇게 큰 차이가 난 것은 이상한 일이다”라고도 했다.
이 전 대표도 심상치 않은 지지자들 간 갈등을 의식한 듯 입장문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 달라”며 “동지 그 누구에 대해서도 모멸하거나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이 전 대표는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숙고하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적으면서도 ‘원팀’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당내 선거대책위원회 합류 등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14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리는 캠프 해단식에 참석한 뒤 당분간은 지역을 돌며 지지자들을 만나 감사의 마음을 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캠프 소속 한 의원은 “당에서 선대위 관련 요청을 해 온 것도 아니고, 아직 선대위를 언급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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