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경쟁 주자인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의 공세에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게 맞다”고 반격하면서 대선 주자 간 내분이 격화되고 있다.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즉각 “오만방자” “문재인 정권의 충견”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윤 전 총장 측은 대응을 자제했지만 대선후보 선출을 앞둔 미묘한 시기에 등장한 ‘당 해체론’을 두고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 尹 “정신머리 안 바꾸면 당 해체가 답”
윤 전 총장은 13일 제주도당에서 열린 캠프 제주 선대위 임명식에서 작심한 듯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을 겨냥했다. 윤 전 총장은 “우리 당 선배들이 민주당하고 손잡고 거기 프레임으로 나를 공격한다”며 “그분들이 제대로 했으면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저렇게 박살이 났겠는가. 도대체 무슨 면목으로 또 대통령 하겠다고 나와서 같은 당 후보를 민주당 프레임으로 공격을 하는지, 참 당이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은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을 연이어 공격했다. 홍 의원의 제주도 내국인 카지노 공약에 대해 “건설업자나 좋아하는 공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통령 하겠다고 나와서 여기저기 폭탄을 던지고 다닌다”고 저격했다. 유 전 의원이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 유동규의 관계, 검찰총장과 대검 고위 간부의 관계는 다 똑같다”고 12일 말한 데 대해선 “야당의 대선후보가 할 소리인가. 이런 사람들이 정권 교체하겠나”라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은 당 해체론까지 제기했다. 그는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게 맞다. 당이 참 한심하다. 정권 교체하려면 당부터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경쟁주자들 “尹 발언은 당원 모욕”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14일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참 오만방자하다. 뻔뻔하고 건방지기 짝이 없다”며 “그 못된 버르장머리 고치지 않고는 앞으로 정치 계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홍준표 캠프는 “경선 주자들과 우리 당 지지자들을 모욕한 것에 대해 사죄하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권의 충견 노릇을 한 덕분에 벼락출세 하더니 눈에 뵈는 게 없는가?”라며 “1일 1망언 끊고 정책 공부 좀 하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서도 전날 TV토론에서는 윤 전 총장이 해체론을 거론하지 않은 것을 두고 “할 말 있었으면 (토론장에서) 내 눈을 쳐다보며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정치인으로서 당당하지 못하고 비겁했다”고 했다. 최근 윤 전 총장과 사실상 ‘연합전선’을 형성한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분명한 실언이다. 당원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尹 “당의 문 닫자는 건 아냐” 진화
윤 전 총장은 ‘당 해제론’ 발언을 직접 구상해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대선후보 본경선 도중 당 해체론을 꺼내 든 배경과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야권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대선후보로 선출되면 당 쇄신과 정계개편에 나서는 걸 염두에 두고 계산된 발언을 한 것 아니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선대위 행사다 보니 지지자들이 많이 모였고, 좀 더 강렬한 메시지를 주려다가 수위가 높아진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윤 전 총장은 14일 경기도당 간담회에서 “당의 문을 닫자는 게 아니고 우리가 더 정신 차리고 투쟁성을 강화해서 민주당이 더 이상 무도한 짓을 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당은 독재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정당을 어느 한 사람이 좌지우지하고 그 라인이 좌우하면 민주주의가 병들고 국가 전체가 망가지는 것”이라며 “우리 당도 더 쇄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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