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5일 오후 30분간 진행한 첫 전화통화부터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 등 한일 관계 경색의 핵심 쟁점인 과거사 문제를 꺼냈다. 문 대통령이 “외교적 해법”을 강조한 반면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해결을 요구하는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당장 한일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 범위에 대한 법적 해석에 차이가 있는 문제”라며 “양국 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며 외교당국 간 협의와 소통을 가속화하자”고 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피해자 분들이 납득하면서도 외교 관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생존해 있는 피해자 할머니가 열세 분이므로 양국이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먼저 진정한 사과를 해야 문제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양국 관계가 몇몇 현안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의지를 갖고 서로 노력하면 함께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반면 기시다 총리는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 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문 대통령과의 통화 후 기자들을 만나 “한일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바탕으로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밝혔다. 2015년 12월 외상 시절 한일 위안부 합의를 주도했던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 문제에서 “한국이 먼저 해결책을 가져와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에게 “직접 만나 양국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기자들에게 “과거사 문제와는 별개로 한일 간 의사소통은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지만 대면 정상회담 등 문 대통령과의 추가 회담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양 정상은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증강을 막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를 빨리 재개할 필요가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이 직접 마주하겠다는 기시다 총리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북-미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핵, 미사일 활동이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이 된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과 지역의 억지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대북 제재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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