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 중인 후보 4명이 9월부터 두달 여 동안 10차례에 걸쳐 진행된 토론회에서 쏟아낸 키워드를 전수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핵’(382회)이었다. ‘국민’(245회)과 ‘대통령’(209회)을 제외하면 ‘이재명’(174회)이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됐다. 보수 정당 후보들이 북핵 이슈를 놓고 치열하게 맞붙는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치열한 공세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부동산’(70회) 언급은 9위에 그쳤다. 이번 대선 결과를 좌우할 핵심 표심으로 떠오른 ‘청년’도 45회 언급에 그쳐 13위에 머물렀다. 국민의힘은 다음달 5일 최종 후보 확정 전까지 총 6차례 토론회를 남겨두고 있다.
● 윤석열·유승민은 ‘국민’, 홍준표·원희룡은 ‘이재명’
19일 동아일보는 국민의힘 2차 예비경선에서 치러진 6차례 토론회와 본경선 이후 4차례 토론회 등 총 10차례 토론회 영상에서 후보 4명이 언급한 키워드를 분석했다. 음성-텍스트 변환 인공지능(AI) 서비스 ‘클로바노트’를 이용해 키워드를 추출했다. 정당명인 ‘국민의힘’에 포함된 ‘국민’은 제외했다.
분석 결과 4명 모두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언급한 ‘핵’과 ‘대통령’을 제외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 홍준표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이재명’을 가장 많이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전 총장은 국민(80회)에 이어 일자리(27회), 경제(28회), 문재인(27회), 북한(22회) 순으로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은 9회만 언급해 다른 후보들에 비해 크게 적었다. 대선 여론조사에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만큼 토론에서 이 후보에게 직접 공세를 펼치기보다 ‘국민이 불러 나온 후보’ ‘민생 해결’ 등을 강조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부동산 언급 횟수가 다른 후보들보다 크게 적은 6회에 그쳤다.
유 전 의원은 ‘경제 전문가’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국민(70회), 경제(68회), 이재명(54회), 문재인(44회), 일자리(31회) 순으로 많이 언급했다.
반면 홍준표 의원은 이재명(45회), 국민(40회), 경제(34회), 문재인(25회), 부동산(17회) 순으로 나타났다. 윤 전 총장과 양강 구도를 형성했지만 당심(黨心)에서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평가를 받는 홍 의원이 ‘이 후보와 맞설 사람은 자신’이라며 이 후보와 윤 전 총장을 함께 겨냥해 공세를 펼친 결과로 해석된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이후 이 후보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존재감을 높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역시 이재명(66회) 언급 횟수가 가장 많고 국민(55회), 경제(35회), 부동산(27회), 북한(26회) 순이었다.
● 네거티브는 홍준표, 대여 공세는 원희룡
당내 주자간 네거티브 공세에서 주로 언급된 ‘고발 사주’, ‘장모’, ‘부인’, ‘역술·미신·주술’ 등의 키워드는 총 55회에 언급되는 데 그쳐 전체적인 횟수는 많지 않았다. 다만 후보별로 편차가 뚜렷했다.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이 각각 25회, 23회로 나타나, 5회, 2회에 그친 윤 전 총장과 원 전 지사에 비해 월등히 많이 사용했다. 윤 전 총장을 견제하려는 선두권 다툼이 그만큼 치열했다는 얘기다. ‘윤석열·원희룡’ 대 ‘홍준표·유승민’ 구도로 전개됐던 경선 흐름과도 일치한다.
반면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대여 공세 키워드인 ‘화천대유’, ‘특검’, ‘대장동’, ‘유동규’ 등은 총 119회로 당내 네거티브 이슈보다 2배 이상 많이 언급됐다. 특히 원 전 지사의 경우 대여 공세 키워드 언급이 43회로 가장 많았고, 유 전 의원(39회), 윤 전 총장(22회), 홍 의원(22회)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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