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안하기 전인 지난 8월 노 본부장과 김 대표가 만났을 당시 이뤄진 브리핑은 한국 특파원들만 참여한 상태에서 진행됐지만, 이번 브리핑은 로이터 등 외신들까지 대대적으로 참여한 가운데 김 대표가 ‘종전선언’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이는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후 한미 외교장관 및 안보실장, 북핵수석대표간 협의가 잇따라 열리면서 우리측 종전선언 구상에 대한 미측의 이해가 깊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 이후 지난 9월말 노 본부장과 김 대표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협의를 가졌고, 지난 5일 프랑스 파리에서 정의용 외교부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회담, 지난 12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NSC 국가안보보좌관간 협의, 18일 노 본부장과 김 대표간 협의가 연이어 이뤄졌다.
노 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그간 일련의 협의를 통해 우리의 종전선언 구상에 대한 미측의 이해가 깊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양측은 앞으로도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지난 12일 특파원들과 만나 “우리 측 입장에 대한 (미측의) 이해가 깊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한미는 종전선언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계기로써 상당히 유용하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이른바 종전선언이 궁극적인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로 가기 위한 ‘입구’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 정부는 그간 미측에 종전선언이 북미간 신뢰 구축 조치로써 상당히 의미가 있으며, 미측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득해 왔다.
그간 ‘종전선언’에 신중하던 미 행정부가 공개적으로 ‘종전선언’을 언급하면서 미 행정부가 종전선언에 대해 좀 더 진전된 입장을 보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9월24일 담화를 통해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추진’ 제안에 대해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지만, 김 총비서는 종전선언에 앞서 미측의 불공정한 이중적 태도 및 적대시 정책 철회를 선결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상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 달라는 (북한의) 주장은 굉장히 오래전에서부터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며 “종전선언이 신뢰 구축 조치의 하나로써, (북한에 대한) 적대 의사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좋은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생각을 갖고 이것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에선 대북 인도적 협력이 또 다른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한미는 보건·방역·식수·위생 등의 분야에서 인도적 협력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고위당국자는 “인도적 협력 사업은 북한의 동의가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이것을 추진하는 것이 과연 상황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냐에 대해선 좀 더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