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두환 발언’을 둘러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20일 “전두환 정권이 자유민주주의를 억압했던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직접 진화에 나섰지만, 경쟁 주자들은 “천박한 역사 인식”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윤석열 캠프 내부에서도 윤 전 총장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파문은 확산되는 기류다. 하지만 이날 윤 전 총장은 사과하거나 유감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에 당 지도부는 “호남에서 나오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며 당혹스러운 분위기 속에 재차 사과를 압박했다.
○ “5공 독재 수호하나” vs “위임정치 잘했다 한 것”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오후 대구경북 지역 TV토론회에서 “호남분들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이 있다”고 한 윤 전 총장의 19일 발언에 대해 “‘부동산과 조국 문제 빼면 문재인 정권 잘했다’, 이렇게 말하는 것과 너무 유사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5공을 수호하고 독재를 수호하는 것 아닌가. 혹시 윤 후보께서 ‘내가 제2의 전두환이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나”라고 날을 세웠다.
윤 전 총장은 “내가 말한 걸 앞에만 뚝 잘라서 말씀하신 것 같다”며 “(내가 잘했다고 한) 정치는 최고의 전문가를 뽑아서 맡기는 ‘위임의 정치’”라고 반박했다. 윤 전 총장은 홍준표 의원이 “5공 시대에 정치가 있었나. 독재만 있었다”고 공격하자 “지난번 대선 때 전두환을 계승한다고 하지 않으셨나”라고 응수했다. 홍 의원은 토론 후 “전두환을 계승하겠다는 말을 전혀 한 일이 없다. 이젠 거짓으로 상대 후보를 음해도 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은 토론에서 “5·18 피해자분들께서 아직도 트라우마를 갖고 계시기 때문에 경선이 끝나면 광주에 달려가서 더 따뜻하게 그분들을 위로하고 보듬겠다”고 했다.
토론에 앞서 윤 전 총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12·12 모의재판에서 판사 역할을 하면서 전두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던 사람”이라고 해명했고, 대구시당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 (전 전 대통령이) 김재익 씨(당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를 가리켜서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고 했다. 그런 위임의 정치를 하는 것이 국민을 편안히 모시는 방법이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안팎에선 사과 요구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치 언어가 미숙했다”며 “조속하게 조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석열 캠프 내부에서도 윤 전 총장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이 ‘광주를 찾아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이게 제가 무슨, 그걸 가지고 호남인들을 화나게 하려고 한 얘기도 아니고”라고만 했다.
윤 전 총장이 끝내 사과하지 않자 이 대표는 CPBC 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후보는 호남지역에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후보였다. 그 기대가 정반대의 형태로 나타나니 실망하는 분들이 있다”며 “명백한 실언이다. 이런 발언에 상처받은 분들에 대한 사과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재차 압박했다.
○ 與 “전두환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완용이 나라 팔아먹은 것을 빼면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것과 진배없다”며 “검찰 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이라는 사람의 정치관이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과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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