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북한의 핵 시설과 관련해 “(북한은) 상상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가능한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IAEA 총회에서 “북한이 (핵무기용) 플루토늄 분리와 우라늄 농축 및 다른 활동들에 대한 작업을 전속력으로(full steam ahead) 진행하고 있다”고 한 데 이어 더 강한 톤으로 북한 핵시설의 위협에 대해 경고하고 나선 것.
그로시 사무총장은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핵사찰이 중단된) 2009년과 비교해도 (북한 핵시설은) 고도화되고 지리적으로도 확장됐다”고 우려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도 이날 화상간담회에서 “북한이 다른 나라에 대량살상무기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며 “북한은 매우 불량 국가”라고 지적했다.
북핵 시설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미는 종전선언 등을 위한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3일 방한해 다음 날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는다. 워싱턴에서의 회동 이후 닷새 만의 회동에서 한미 수석대표는 종전선언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김 대표와의 이번 회동 결과가 미국의 입장을 가늠해 보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美, 종전선언 제안 따른 득실 검토중”
성김 오늘 방한… 美 화답여부 주목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북한 핵 위협에 대해 더 강하게 경고하고 나선 건 최근 북한 핵시설 움직임이 활발하고 다방면에서 동시에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그곳(북한 핵시설)에 있는 것은 더 이상 (단순한) 복합물(compound)이 아니다. 그 이상”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미는 이런 북핵 위협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사진)의 23일 방한이 종전선언 등 논의를 진전시켜 대북 협상을 촉진시켜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가에선 북핵 위협을 방치한 채 대화만 서두르면 결국 향후 대북 협상이 시작돼도 북한에 휘둘리기만 할 것이란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 IAEA 사무총장 “북핵 시설 가동 중 신호”
그로시 사무총장은 21일(현지 시간) 미 싱크탱크 스팀슨재단에서 진행한 세미나에서 영변 등 북한 핵시설과 관련해 “원자로는 재가동됐고, 플루토늄 분리(추출)도 진행 중”이라면서 “우라늄 농축도 진행 중일 것이고, 다른 시설들도 가동 중이란 신호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전방위적으로 핵시설 가동에 나섰다는 것. 그러면서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북핵 시설) 검증 및 보호 작업은 거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도 ‘플로 셰어스 펀드’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북한이 요란하게 기술을 자랑하고 있는 것은 그것(대량살상무기 등)을 판매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관련 사이트 ‘분단을 넘어’는 “북한은 언제든 SLBM을 추가 시험하거나 첫 탄도미사일잠수함(SSB)까지 진수할 능력과 자원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 美, 종전선언 제안 따른 득실 검토 중
북핵 위협 속에서도 한미 당국은 최근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해 잇따라 회동을 가지고 있다. 이번 달만 해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방미(12일),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방한(14∼15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간 워싱턴 협의(16∼19일), 한미일 정보 수장 회동(18∼19일) 등이 이어졌다.
외교가에선 23일 김 대표의 방한이 이런 일련의 흐름에 결정적인 촉매제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감도 감지된다. 특히 관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다시 꺼내 든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미국의 화답 여부다. 앞서 김 대표는 18일(현지 시간)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워싱턴에서 만난 후 “종전선언에 대해 논의했다. 주 후반 서울에서 이 논의를 지속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측 외교안보 라인이 총출동해 미국과 접촉한 결과 미국도 종전선언 제안에 따른 득실 검토 작업을 벌이는 수준까진 접어들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도 대화를 위해 ‘입구’가 필요한 만큼 종전선언에 보다 유연한 분위기로 선회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도 22일 서 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종전선언 문제를 포함한 대북 관여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노 본부장도 참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