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표 안내면 박살”… 화천대유 설립날 본부장이 사장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5일 03시 00분


[대장동 개발 의혹]
2015년 2월 6일 대화 녹취록 보니

유한기, 황무성에 사표 종용하며 “지휘부 전전긍긍”

2015년 2월 6일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유한기 개발본부장이 황무성 사장에게 이재명 성남시장과 성남시 정진상 정책실장, 성남도시개발공사 유동규 기획본부장 등을 언급하며 당일 사표 제출을 종용한 것으로 24일 밝혀졌다. 황 전 사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의 수익 배분 방식 등을 놓고 유동규 전 사장 직무대리와 대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채널A가 입수한 당시 황 사장과 유한기 본부장의 대화 녹취파일에서 황 사장은 유 본부장에게 “시장 허락을 받아오라고 그래”라며 사표 제출을 거부했다. 그러자 유 본부장은 “사장님이나 저나 뭔 ‘빽’이 있습니까. 유동규가 앉혀 놓은 것 아닙니까” “아이 참,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거 아닙니까. 이미 끝난 걸 미련을 그렇게 가지세요”라고 말했다. 유 본부장이 또 “이렇게 버틸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또 시끄럽게 갈까 봐”라고 하자 황 사장이 “누가”라고 묻고 유 본부장은 “지휘부가 그러죠”라고 답했다. 황 사장이 “(사표를) 내주에 내줄게”라고 하자 유 본부장은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박살 납니다”라고 답했다. 40분간의 대화 녹취파일에서 유한기 본부장은 정 전 실장을 8번, 유 전 직무대리를 11번, 시장은 4번 언급했다.

유 본부장은 당일 하루 동안 오후 3시와 8시 반, 9시 반 등 황 전 사장을 세 차례 면담한 뒤 밤늦게 사표를 제출받았다. 이날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설립일이다. 황 전 사장의 사퇴로 유 전 직무대리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이끌었고, 이때 화천대유의 민간사업자 선정과 화천대유 측에 유리한 사업협약 및 주주협약이 체결됐다.

검찰은 24일 황 전 사장을 불러 녹취파일 내용 등을 조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 관계자는 녹취파일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했고, 정 전 실장은 채널A 측에 “황 전 사장 사퇴 문제를 누구와도 상의한 적 없다”고 밝혔다.

“오늘 사표 안내면 박살”… 화천대유 설립날 본부장이 사장 압박


“내주에 내가 (사표 제출) 해줄게.”(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황무성 사장)

“아닙니다. 오늘 해야 됩니다.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다 박살 납니다. 아주 꼴이 꼴이 아닙니다.”(당시 유한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

2015년 2월 6일 오후 3시경.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1인자 ‘유원’ 유동규 전 사장 직무대리에 이어 2인자 ‘유투’로 불리던 유 전 본부장은 황 전 사장을 찾아가 사직서 제출을 독촉하며 이같이 말했다.

결국 임기가 1년 7개월이 남았던 황 전 사장은 유 전 본부장이 두 차례 더 집무실을 방문하자 밤늦게 사직서를 제출했고, 황 전 사장은 한 달여 뒤인 3월 10일 사장직에서 중도 하차했다.

검찰은 황 전 사장이 대장동 개발 전체 수익의 배분 구조 등을 놓고 유 전 직무대리와 대립해 왔던 점 등을 교체 배경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황 전 사장의 사퇴 이후 유 전 직무대리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를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로 선정했고, 화천대유 측에 유리한 사업 협약 등을 체결했다.

○ 유동규 12번, 정진상 8번, 시장 4번 언급

채널A가 입수한 황 전 사장과 유 전 본부장의 당일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황 전 사장이 “시장 허락을 받아오라고 그래”라며 사표 제출을 거부했다. 유 전 본부장이 “사장님이나 저나 뭔 ‘빽’이 있습니까. 유동규가 앉혀 놓은 것 아닙니까”라고 하자 황 전 사장은 “아니 뭐 그게(사장직이) 지 거야 원래?”라고 했고, 유 전 본부장은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것 아닙니까. 시장님 얘깁니다. 이미 끝난 걸 미련을 그렇게 가지세요”라고 말했다. 황 전 사장의 사퇴 요구 과정에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을 언급한 것이다.

황 전 사장은 “어쨌거나 하여튼 내가 유동규(당시 기획본부장)를 한번 만날게”라고 했지만 유 전 본부장은 요지부동이었다. 유 전 본부장은 또 “(유 전 직무대리가 공사로) 복귀할 때부터 얘기가 나온 것이다. 결정을 다 하고 돌이킬 수 없다”면서 사직을 요구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성남시장 선거를 앞둔 2014년 4월 선거캠프에 합류한 뒤 같은 해 7월 공사로 복귀했다.

40분 동안의 녹취파일에는 유 전 본부장은 12번,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은 8번, 성남시장은 4번 언급됐다. 유 전 본부장은 “제가 (황 전 사장을) 모시고 왔으니까 끝까지 (사임하도록 책임져라). 그러고 있어요. 양쪽 다”라고 하자 황 전 사장은 “정 실장도 그러고 유동규도 그러고?”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네”라고 답했다.

○ ‘수익배분 이견’ 사장, 화천대유 설립일 사표

황 전 사장이 사표를 제출한 날은 화천대유 설립 당일이었고, 대장동 사업자 공모지침서가 배포되기 일주일 전이었다.

2014년 11월부터 유 전 직무대리와 황 전 사장은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유 전 직무대리가 남욱 변호사의 추천을 받아 정민용 변호사를 공사에 입사시켰는데, 황 전 사장이 ‘사내변호사도 있는데 불필요하게 추가 채용하느냐’며 제동을 걸었다”며 “이후 유 전 직무대리가 ‘내가 황 사장을 찍어 낸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전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임면권자인 성남시장은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사장의 법 위반, 경영 부진 등 명백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공사의 사장을 해임할 수 있었다. 황 전 사장은 당시 직무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해임 사유가 없었는데 사실상 사표 제출을 강요받은 것이다.

황 전 사장의 사퇴 이후로 대장동 개발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유 전 직무대리는 2015년 3월 11일부터 7월 8일까지 공석이었던 사장 역할을 대행했다. 이 기간 동안 화천대유는 대장동 민간사업자로 선정됐고, 개발이익이 민간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사업협약과 주주협약도 체결됐다. 이는 황 전 사장 재직 당시 논의됐던 이익 배분 방식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공사 투자심의위원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공사는 2015년 1월 26일까지 대장동 개발 사업을 위한 시행사 지분 50%를 보유하고, 지분 비율에 따라 전체 사업 수익의 50%를 가져오는 안을 검토했다.



#화천대유#대장동 개발#유동규#유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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