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변호사’인 재헌씨는 지난 2019년 8월23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었다. 방명록에는 ‘삼가 옷깃을 여기며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분들 영령의 명복을 빕니다.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사죄드리며 광주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재헌씨는 “작년에 다시 오겠다고 했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이렇게 시간이 지나 이제야 오게 됐다”며 “40주년 5·18민주화운동이 지났다. 행사를 많이 준비했을 건데, 모두 건강하시죠”라고 인사했다. 재헌씨의 왼쪽가슴에는 5·18 40주년 기념 배지가 부착돼 있었다.
재헌씨는 오월어머니집 방명록에 ‘오늘의 대한민국과 광주의 정신을 만들어주신 어머님들과 민주화운동 가족 모든 분들께 경의와 존경을 표합니다’고 적었다.
같은 날 오전 국립5·18민주묘지에 노태우 전 대통령 이름의 조화를 헌화한 것과 관련해서는 “아버님의 입장과 뜻을 어느 정도 이해한 상태에서 온 것이다. 아버님이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가 대신 헌화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같은해 6월23일에는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5·18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치유와 화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100번이고 1000번이고 사과를 해야 되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일어나지 말아야 될 5·18과 관련해 항상 마음의 큰 짐을 가지고 계셨다”며 “특히 병상에 누운 뒤부터는,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황이 오면서 참배를 하고 사죄의 행동을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고 저한테도 고스란히 마음의 짐이 됐다”고 했다.
올해 5월25일에는 광주 동구에 위치한 한 소극장을 찾아 5·18 연극 ‘애꾸눈 광대-어느 봄날의 약속’을 관람했다. 이 연극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현장에서 투쟁하다 한쪽 눈을 잃은 이지현씨(가명 이세상)가 기획해 지난 2013년부터 매년 공연 중인 5월 대표 연극이다.
이날 재헌씨의 깜짝스러운 공연 관람에 객석에 앉은 유족과 당사자들은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재헌씨는 공연에 앞서 ‘뉴스1’과 인터뷰에서 “오월 영령에 사죄하겠다고 했는데 아직 피해자 입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5·18은 어떤 의미이며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듣고자 공연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자식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 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다. 소영씨는 본업인 미술 전시일에 집중하면서 간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근황을 알리고 있다.
소영씨는 지난 5월11일 자신의 SNS에 “가족과 가정은 소중하지만 품이 많이 들기에 시간과 노력은 필수”라며 서로 소통하고 공동의 가치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21세기 가족의 의미’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혼소송 중인 자신이 한 대학 강연에서 가족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는지, 또 말을 할 수 있는지 곤혹스러움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 한달 전인 4월10일에는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과 어머니 김옥숙 여사의 근황도 전했다.
소영씨는 “아버지는 눈짓으로 의사 표현을 하시기도 하는데, 정말 하고픈 말이 있을 때 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온 얼굴이 무너지며 울상이 되신다”며 “아버지가 우는 모습이지만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 여사에 대해서는 “한 분은 침대에 누워 말 없이, 다른 한 분은 겨우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매일 아침 견우와 직녀가 상봉하듯 서로를 어루만지며 위로하는 두 분을 보면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 사랑일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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