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이재명 대선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이 고심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야당 대선주자들은 발빠르게 애도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12·12 쿠데타 주역이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의 과오가 큰 만큼 입장을 가다듬는 데 시간이 걸리는 탓이다.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으로 지지층이 격분한 것도 부담거리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도 성남의료원을 방문한 후 만난 기자들이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건 조금 이따가 하자”면서 말을 아꼈다. 조문 여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이 후보는 “캠프와 상의를 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따로 메시지를 내진 않을 것 같다”며 “조문 여부도 아직 검토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도 수석대변인 논평의 메시지 수위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노 전 대통령 애도와 예우 문제가 민감한 문제여서다.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한 6·29 선언으로 민정이양의 물꼬를 트고 북방외교와 5공 청문회, 재벌 비업무용 토지 매각으로 대표되는 경제 민주화의 업적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 주역으로 5·18 광주 학살의 그림자도 짙다.
더욱이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두환 옹호’를 계기로 전두환씨를 위시한 신군부 세력에 대한 호남과 진보 지지층의 시선이 냉엄해진 상황도 고려할 부분이다. 노 전 대통령 국가장(國家葬)과 국립묘지 안장 문제가 전두환씨와 맞물린 것도 이 후보와 여당이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는 요소다.
실제 조오섭(광주 북갑), 윤영덕(광주 동남갑) 의원 등 일부 광주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한 개인의 죽음 앞에 깊은 애도를 보내지만 5월학살의 책임자 중 한 명으로 역사적 단죄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가장의 예우와 국립묘지에 안장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추징금을 완납한 데다가 아들 노재헌씨가 생전에 수차례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 부친의 과오에 대해 사죄한 만큼 여당 차원의 애도 메시지와 조문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송영길 대표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문과 관련해 “내일 가려고 한다”며 “(딸) 노소영씨에게 따로 전화를 걸어 조의를 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도 뉴시스에 “노 전 대통령은 시작은 전두환과 같이 했을지 몰라도 이후 방향은 달리해왔다”며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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