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 사흘째인 28일 오전부터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정·재계, 종교·사회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더 넓은 공간에서 조문객을 맞이하기 위해 빈소는 당초 3호실에서 2호실로 옮겼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씨가 오전부터 조문객을 맞았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는 오전 11시42분쯤 딸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의 부축을 받으며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노태우 정부에서 외무부 미주국 국장, 외무장관 특별보좌관을 지낸 반 전 총장은 이날 가장 먼저 빈소를 조문한 뒤 “외교관 입장에서 보면 외교 지평을 아주 대폭으로 확대한 분은 노태우 대통령”이라고 고인을 떠올렸다.
반 전 총장은 “1966년 체결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으로 주한미군 살인, 방화 등 질 나쁜 범죄행위를 했을 때도 기소권을 갖지 못하는 등 문제점이 많았는데 노 전 대통령 때 처음 개정 협상이 시작됐다”며 “1991년 1차 개정으로 중범죄는 한국이 기소하고 재판 끝까지 구금할 수 있는 주권을 되찾아 오는 중요한 일을 했다”고 말했다.
노태우 정부에서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오전 9시20분쯤 빈소에 도착해 조문한 뒤 노 전 대통령 아들 노재헌씨와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눴다.
김 전 실장은 “남북관계, 소련·중국과의 외교 수립, 올림픽 등을 훌륭하게 해냈다”며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인천국제공항, 고속철도 등 아주 많은 업적이 있으시다”고 회고했다.
이어 “본인도 유언으로 사죄를 했고 자제분이 계속 사죄하고 있고 용서를 구한다고 하셨으니까 국민과 역사가 판단하고 평가해주시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는 조문 뒤 취재진과 만나 “노 전 대통령님은 중국의 오랜 친구”라며 “저희 기관에 중한수교 대만단교를 결단하셨다. 그 업적은 지금도 우리 양국 국민들에게 의의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대사가 되고 나서 수교일에 즈음에 찾아가서 인사했다”라며 “누워계셨지만 제가 얘기하면서 ‘우물 마시는 사람은 우물 파는 분을 잊지 않는다’고 할 때, 저와 교감이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더불어 정치발전을 위해, 민주화를 이행시키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라고 밝혔다.
김 이사는 “87년 체제를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도 6·29 결단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것”이라며 “3년 후인 90년 3당 합당 결단은 온건 군부 세력 대표인 노태우와 온건 민주화 세력인 김영삼 두 분의 대타협이 없었다면 민주화 이행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초석을 둔 데 대단한 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재헌 변호사와는 학교 선후배 관계로 친하게 지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을 대신해 5·18 묘역을 자주 방문하고 사죄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았다”라며 “이것으로 화해와 통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고, 작금의 대결과 대립의 정치에 경종과 울림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오전 9시18분쯤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취재진과 별도로 만나지 않고 장례식장을 떠났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스님은 “한국 역사에 어려운 길목에서 새로운 길로 접어드는 가교 역할을 하셨던 분이다. 극락왕생하시길 (바란다)”라며 “고인은 반야심경을 다 외울 정도로 불교계와 깊은 인연을 가졌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노재헌씨를 가르친 인연이 있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처음에는 부침이 있었지만 나중에 주택, 외교 정책 등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하셨다”라며 “김종인, 김종휘(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 역할도 재헌씨에게 말씀드리고, 나중에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서승환 연세대 총장과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노태우 정부 시절 정무비서관을 지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이 빈소를 찾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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