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화조건에 엇갈린 해석…韓 “가능성” 美 “수용불가”

  • 뉴스1
  • 입력 2021년 10월 29일 13시 44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8일 국정원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에 출석, 감사 준비를 하고 있다. 2021.10.28/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8일 국정원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에 출석, 감사 준비를 하고 있다. 2021.10.28/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북한의 ‘종전선언 청구서’는 대북제재 해제와 한미연합훈련 중단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한미 모두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문재인호’는 북한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에 기대감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박지원 국정원장은 북한이 종전선언 논의 시작의 조건으로 광물 수출과 정제유 수입 등과 관련된 대북제재 해제와 한미연합훈련 폐지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 2019년 스웨덴에서 ‘결렬’로 끝난 북미 실무협상에서도 ‘발전권’과 ‘생존권’을 언급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발전권은 대북제재, 생존권은 한미연합훈련중단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광물 수출과 정제유 수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정한 대북제재 사항으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의 ‘결단’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사전연습’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을 시작한 지난 8월1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헬기가 계류돼 있다. 이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내외의 한결같은 규탄과 배격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남조선군은 끝끝내 정세 불안정을 더욱 촉진시키는 합동군사연습을 개시하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2021.8.10/뉴스1 © News1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사전연습’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을 시작한 지난 8월1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헬기가 계류돼 있다. 이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내외의 한결같은 규탄과 배격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남조선군은 끝끝내 정세 불안정을 더욱 촉진시키는 합동군사연습을 개시하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2021.8.10/뉴스1 © News1
그러나 ‘조건 없는 대화’를 통해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 중인 미국이 북측이 원하는 선(先) 조치를 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최근 미국은 응답 기한을 지정해 ‘구체적 제안’을 북한에 했지만, 북측은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이 같은 행보가 이어질 경우 북미 교착 국면이 더욱 장기화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우리 안보와 직결되는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도 역시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미 한미는 한반도 평화 정세를 고려해 ‘마지노선’인 ‘축소 시행’으로 대응해 왔다.

일련의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모양새다. 박 원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북한이 선결 조건을 내세우지 않고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국회 국방위에 보고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박 원장의 판단에 힘을 싣기도 한다. 특히 현재 한미는 종전선언 문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미 간 ‘종전선언 성과물’이 나올 경우, 북측이 일단 대화의 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 기념연설에서 “미국은 최근 들어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미국의 선 대북 적대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것으로 김 총비서의 발언 내용은 노동신문에도 게재돼 북한 주민들도 모두 접했다. 즉, ‘미국이 신뢰 조치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북한 1호’의 생각이 주민들에게 공개된 상황에서 조건 없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이 나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북제재 해제,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한미가 받을 수 없는 일”이라며 “또한 바이든 행정부도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북한도 이를 모를 리 없는데 조건을 내건 것은 지금 당장은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가 없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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